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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크림
꽤 길었던 장마도 지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휴가철에는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서 산과 바다로 몰려든다. 평소에는 인파가 부담스럽고 짜증스럽지만, 북적이지 않는 휴가지는 맞지 않는 옷처럼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인지상정인 듯하다.
휴가용품 가운데에는 햇빛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는 것이 포함된다. 선글라스·양산·그늘막·모자 등이 몸에 걸치거나 야외에 쳐서 햇빛을 막아주는 것이라면, 선크림(sun cream)은 피부에 직접 바름으로써 자외선의 공격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선크림’은 우리식 영어 표현으로서, 외래어의 주요 공급처였던 이웃 일본이나 영어의 본고장인 미국 또는 영국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영어권에서는 ‘선블록 크림’(sunblock cream)이나 ‘선스크린 크림’(sunscreen cream), 또는 ‘크림’을 빼고 간단히 ‘선블록’이나 ‘선스크린’이라 이른다. (영어권의 어떤 주장에는 ‘선블록’이 나무 그늘·양산 등 그늘을 실제로 만들어주는 것만 뜻한다는 것도 있지만 소수 의견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모두 햇빛을 막아준다는 뜻이 들어 있는데, 우리의 ‘선크림’에는 그런 뜻이 엿보이지 않는다.
물론 우리끼리 꽤 통하는 말이니 이 말의 사용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어느 누가 들어도 쉽게 이해되는 말이면 더 낫지 싶다. 그런 면에서 ‘자외선 차단제’보다 더 좋은 말은 없을까.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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