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
<삼국유사>에 따르면, 백령도는 곡도(鵠島), 곧 고니섬이었다. 고구려의 땅이었으며 뒤로 오면서 고려 태조가 하얀 고니에 뒤덮이는 섬이라 하여 백령(白翎)이라 하였을 터. ‘곡’ 자가 나타내듯이 이 섬은 온갖 철새들의 낙원이었고, 특히 고니가 많이 살았다. 바다에 배를 띄우고 멀리 나가서 보면 섬 전체가 모두 날개로 덮인 듯하다.
고니는 언제 보아도 흰빛을 띠고 날아든다. 바탕이 아름다운 것은 꾸미지 않아도 아름답다. 해서 ‘고니는 멱을 감지 않아도 희다’(鵠不浴而白)라는 말이 생겼다. 고니가 울 때 ‘곡곡’(鵠鵠) 하며 운다고 했다. 곡(鵠)의 반절식 한자의 소리는 ‘고’(姑沃切)였으니 ‘곡곡-고고’가 됨을 알겠다. 오늘날의 중국 한자음으로는 ‘구구’가 되지만. 그러니까 곡곡은 ‘고고’로 소리를 내야 옳다. 하면 고니는 고고 하고 우는 새라 하여 그리 불렀을 가능성이 높다. 꾀꼬리나 뜸부기 혹은 방울새도 녀석들이 우는 소리를 따서 새의 이름으로 삼는 일이 있으니 그러하다.
고니는 흔히 백조라 부른다. 진도에 가면 바닷가에서 겨울을 난다. 고니가 날아드는 장소는 진도 수유리 일원의 담수호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101호로 지정되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니가 많이 찾아들면 좋은 세월이 된다는데.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