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비
어릴 적 ‘호랑이 잡는 담비’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정말 담비가 호랑이를 대적할 수 있을까. 일대일 싸움에서 담비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기 일쑤다. 무슨 말인가. 호랑이가 잡아먹히다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담비는 홀로 다니는 일이 없다. 우두머리가 움직이는 대로 한 무리의 담비들이 따라다닌다. 죽음과 삶을 함께한다는 말이다. 우두머리가 덤비면 나머지 담비들도 죽든 살든 떼로 덤벼든다. 그러니 호랑인들 무슨 수가 있겠는가.
더러 ‘문둥이 담부 떼 같다’고 한다. 이들이 몰려다닌 까닭은 사람들이 싫어함은 물론이고 홀로 다니다 어떤 어려움을 당할지 몰라서다. 담부는 담비의 경상도 지역 사투리다. 담비는 언제나 떼로 몰려다님을 드러낸다.
담비의 꼬리는 길고 끝이 가는데다 몸과 꼬리의 털은 촘촘하며 부드럽고 광택이 있어서 예로부터 고급 털가죽으로 쓰였다. 더러는 벼슬하는 이들의 모자에 담비 꼬리를 꽂아 그 품새를 드러내기도 했다. 많은 관원들이 담비 꼬리를 쓰려고 했기에 나중엔 개 꼬리로 담비 꼬리를 대신했다. 해서 생긴 말이 ‘개 꼬리로 담비를 잇는다’(狗尾續貂)는 것이다.
미루어 보건대, 담비는 떼로 몰려들어 공격하는 ‘덤벼듦’이라는 말샘에서 비롯한다. ‘덤비-담비’는 모음이 서로 바뀌어 나는 소리로 말미암음을 가늠할 수 있기에 그러하다. 흩어지면 죽음의 덫이 기다리고 있을지니.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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