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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닝
얼마 전 우리나라 한 대학교에서 기말시험을 치르는데 일부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교에서 이런 부정행위가 버젓이 벌어진다는 점에 적잖이 실망하게 되는데, 이것이 우리 사회의 도덕 불감증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에 공감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시험 부정행위를 일컫는 말로 어르신들이 쓰시던 ‘칸닝구’라는 외래어가 있었다. 이는 일본의 외래어 ‘간닝구’(カンニング)를 받아들인 결과로 보이는데, 일본어 사전을 보면 이 말은 영어 ‘커닝’(cunning)이 원어이다. 그런데 영어 ‘커닝’에는 ‘부정행위’라는 뜻은 없고, ‘교활한’ 정도에 어떻게든 연결될 수 있는 뜻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일본어의 ‘간닝구’는 원래 영어에 없는 일본식 영어이다.
우리가 쓰던 ‘칸닝구’는 ‘러닝’의 일본식 영어 ‘란닝구’(ランニング)처럼 일본식 영어 냄새가 진하게 나는 부분인 ‘구’가 빠진 ‘칸닝’ 혹은 ‘컨닝’으로 쓰이다가, 요즘은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커닝’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도 어색한 말이기는 매한가지다. 우리가 우리 식으로 만든 콩글리시도 아니고 일본식 영어이기 때문이다.
시험에서 저지르는 부정행위를 영어로는 ‘속이다’라는 뜻의 ‘치팅’(cheating) 또는 ‘치트’(cheat)라고 하며, 우리가 ‘커닝 페이퍼’(cunning paper)라고 부르는 것은 ‘치트 시트’(cheat sheet)이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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