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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
여름에는 벼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보리농사를 짓는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논농사였다. 같은 경작지에서 한 해에 두 번 수확하는 것이다. 밭에서도 돌려짓기를 했다. 인삼 같은 작물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여러 해가 걸리지만, 작물에 따라서는 한 해에 세 번까지도 돌려짓기를 할 수 있다. 같은 경작지에서 한 해에 두 번 씨 뿌리고 두 번 거두는 것을 ‘이모작’(二毛作)이라 한다. ‘양그루’ 또는 ‘그루갈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모작은 한 해에 같은 경작지에다 벼-보리처럼 다른 작물을 돌려 지을 때 쓰는 말이고, 같은 작물을 두 번 이어 지을 때는 ‘이기작’(二期作)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한 해에 같은 논에다 두 번 벼농사를 지으면 이기작이다. 경작기간이 짧은 올벼를 심으면 우리나라에서도 이기작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자리 만들기 나누기 인생 2모작’. 한 신문 기획 시리즈에 나오는 말이다. 한창나이인데, 구조조정이니 명예퇴직이니 하는 데 걸려 직장에서 나온 사람들이 ‘사오정’이나 ‘오륙도’로 남지 않고 경력을 살려 재취업 기회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에서는 ‘재취업’에 해당하는 말로 ‘이모작’이란 말을 끌어다 썼다. 그런데 왜 이기작이 아니고 이모작일까? 속마음이야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오히려 더 잘할 자신이 있겠지만, 이기작이 아니라 이모작이라고 해서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일이 벼농사였다면, 앞으로는 보리농사라도 짓겠다는 겸손한 마음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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