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언어예절
사상·양심의 자유, 언론·표현의 자유를 얘기한다. 생각은 아직 실체가 없는 일종의 자연 영역으로서 결국 행동이나 언론·표현이라는 연장을 통해 드러난다. 말하는 자유, 말하지 않을 자유, 글로 드러내거나 드러내지 않을 자유, 기타 여러 방식으로 표현하는 자유가 적극적인 자유다. 말은 듣는 이를 전제로 하고, 참인지 거짓인지도 거기서 비롯된다. 글도 그렇다.
말이든 글이든 남을 속여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피하거나 이득을 얻는다고 하여도 마음의 괴로움이 클 터이므로 거짓말은 부덕이 된다. 그로써 피해를 볼 상대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자신을 속이는 일은 어떤가? 이 역시 자연스럽지 못하다. 자신을 속여서 이로울 것보다 솔직하게 행동하는 것이 건강에도 좋을 터이다. 물론 여기엔 절제가 따라야 한다.
사람됨이란 대체로 자신을 다스리고 절제하는 데서 온다. 수행·수양을 생각하면 감정과 탐욕을 다스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면 자신을 속이는 것도 악덕이랄 수는 없겠다. 다만, 그로써 자신을 상하게 해서는 곤란하다.
참도 거짓도 아닌 말이나 글에 창작 영역이 있다. 여기에도 도용·도작·표절·베끼기·모방 … 등 거짓됨이 존재한다. 이는 자신과 남을 두루 속이는 짓이다. 참말을 하고자 애쓰는 마음이 결국 사람 공부인 셈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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