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뒤
언어예절
움직임은 생각 끝에 나올 수도, 생각 없이 할 수도 있다. 말도 움직임의 한 가지로서, 생각 끝에 또는 생각 없이 할 수도 있다. 물질·몸·목숨에서 본능이, 그다음에 생각이 온다면, 이는 좀더 나아간 경지임을 알 수 있다.
헤아림·욕심·판단·기억·상상·마음·의견·견해·사상·느낌·성의·배려 따위 여럿으로 갈래를 잡을 만큼 생각이란 말은 폭넓게 쓰인다.
특히 성의·배려로 일컫는 ‘생각’이 행동·예절과 잇닿는다. ‘눈치를 본다’면 소극적이지만, ‘헤아린다’는 데 이르면 이는 적극적인 표현이 된다. 남을 돕고 보살피는 일이 사람 행동의 끝인 셈이다. 한편, 생각은 있어도 행동에는 굼뜰 수 있다. 게으름도 미덕일 때가 있으나 때를 놓치기 쉽다.
사회·공산·자본 따위 여러 ‘주의·주장’들이 삶의 형편을 헤아려 나왔고, 제도·문물들도 그렇다.
아름다운 ‘생각’도 치우치고 잘못 행사하면 어려움을 부른다. 오래 지켜 가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인류를 유지하는 데 생각이 큰 몫을 한다. 오늘날 지구가 앓는 것은 사람의 생각 가운데 욕심·욕망이 성하여 자신과 자연을 망치게 된 본보기인 셈이다.
‘생각’의 미덕은 삼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이는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진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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