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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외래어
젊은이들이 일할 곳이 없어서 힘들어하고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일자리 나누기 운동이다. 잔심부름이나 복사 같은 허드렛일을 하는 실습 사원(‘인턴 사원’을 다듬은 말) 자리나 늘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저마다 능력과 자질을 높이려는 노력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스펙을 높이다’라는 일종의 은어를 쓰는 경우가 있다. ‘스펙’은 영어 ‘스페시피케이션’(specification)이 본딧말인데, 줄여서 ‘스펙’(spec)이라고 하는 것을 우리가 그대로 쓰고 있다. 이는 어떤 물품을 구성하는 부품과 그 각각의 기능·성능 따위 세부 사항을 뜻한다. 그래서 ‘그 물건의 스펙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면 크기·무게, 덧붙는 기능을 묻는 것이기도 하고, 처리 속도 따위의 성능을 묻는 것이기도 하다. ‘스펙을 높이다’가 앞서 말한 은어일 경우에는 물건 아닌 사람의 자질이나 능력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이다. 그래서 취업 준비생이 ‘스펙을 높인다’고 하면 학위·자격증을 더 따거나 또는 여러 어학 점수를 확보하는 일을 뜻한다.
이렇게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서 일을 하고자 해도 일할 곳이 없어 못하는 자신들의 처지를 물건에 빗대어 말하는 것은 눈물 섞인 자조적인 표현이어서 듣는 이가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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