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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외래어
국적과 분야를 떠나 노력이 열매를 맺는 데 대해 누구에게나 축하할 일이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인지상정인가 보다. 지난 주말에는 외국에서 활약하는 두 운동 선수가 한꺼번에 기쁜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일이고 분야도 다르긴 하지만, 아시아 최초로 영국 ‘와인마스터’(Master of Wine) 자격을 딴 분이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수많은 외국 자격증 중 ‘와인마스터’가 소개된 것은 근래 광풍 수준의 와인 유행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를 깊이 있게 다룬 만화와 책이 꽤 읽혔고, 고급 양식집에서 와인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소믈리에’(sommelier)라는 프랑스말이 알려진 것도 이때였다. 와인 냉장고가 따로 나와 꽤 팔리기도 한다.
‘와인’의 우리말은 ‘포도주’인데, 포도에 설탕과 소주를 부어 포도주를 많이 담갔던 시절에는 혼동할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토속 과일주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으니 서양식 포도주를 굳이 ‘와인’이라 하지 않고 그냥 ‘포도주’라 하면 될 듯하다. 고유 명칭이라 할 ‘와인폰’과 같은 상품명은 예외로 하더라도, ‘와인색’ 대신 ‘포도주색’, ‘와인 글라스’ 대신에 ‘포도주잔’, ‘와인 냉장고’ 대신 ‘포도주 냉장고’,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대신 ‘적포도주’와 ‘백포도주’라는 우리말 표현을 쓰더라도 포도주 맛이 이상해지지는 않을 것 같으니.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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