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지
언어예절
모임이나 법을 만들 때 내세우는 말이 있다. 할바, 곧 목적과 이바지란 말이다. 법·정관 앞부분에 “~ 목적을 이룸으로써 ○○에 이바지한다, ~ 이바지하는 데 목적을 둔다”는 틀이다. 으레 사람·사회·나라에 좋고 이로운 일을 한다는 명분이다. 모든 제도는 이로써 설 자리를 다진다. ‘이바지’란 사회적 약속이자 온갖 제도와 모임을 세우는 고갱이가 되는 말로서, 예부터 쓰던 말이다. 이를 부수고 깨뜨리는 데도 ‘이바지’가 명분이 된다.
목표는 목적에 이르는 과정에 놓는 여러 표적이다. 이바지를, 기여·공헌·기부·베풂·나눔 …으로 가르기도 한다. 사회공헌 기업, 공익재단, 사회창안, 두뇌집단 …들도 이바지 활동과 관련해 생긴 모임들이다.
이바지란 가진자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보다 못가진자가 더 큰 구실을 하는 편이다. 덜 어지럽히고 덜 쓰고 덜 먹는 것이 더 어려운 이바지가 되는 세상 아닌가. 가난은 누구나 싫어하므로 이를 강요하기는 뭣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넘침보다 가난이 큰 미덕이다. 그것이 값진 것이자 철학이 되도록 하는 게 이 시대의 과제인 듯싶다.
굳이 굳어진 판박이 문틀로 이바지를 내세우지 않고서도 그런 뜻을 담은 표현을 달리할 수도 있다. ‘~ 하고자 한다, ~ 하려고 한다’는 연설·선언투에서 자주 쓰고, “공익이 공동체 안에서 그 영역을 넓혀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라면 좀 사적이고 고백하는 맛을 내는 표현이겠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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