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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언어예절
신령을 밝히던 은밀한 촛불이 겨울 거리에서도 꺼지지 않는다. 흥청거림이 잦아든 대신 오가는 말속엔 세밑 인사보다 억지와 원망, 부정과 저주가 일상화한 느낌이다.
“갑이 을에게 심수(深讐)가 있어 이를 갚으려 하면 힘이 부족하고 그만두려 하면 마음이 불허하는지라, 이에 그의 화상을 향하여 눈도 빼어 보며, 그 목도 베어 보고, 혹 을의 이름을 불러 ‘염병에 죽어라, 괴질에 죽어라, 벼락에 죽어라, 급살에 죽어라!’ 하는 등의 저주다. 얼른 생각하면 백 년의 저주가 저의 일발(一髮)을 손(損)하지 못할 듯하지만, 1인 2인 … 100인 1000인의 저주를 받는 자이면 불과 몇 년에 불그을음이 그 지붕 위에 올라가며 …. 거룩하다 저주의 힘이여, 약자의 유일 무기가 아니냐?”
단재 선생(금전·철포·저주)이 일제 초기, 돈과 총칼에 눌려 누구 하나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현실을 한탄한 글귀다. 그 약자의 ‘유일 무기’가 요즘엔 힘센자와 집단, 가진자와 못가진자 가리지 않고 휘두른다는 점이 유별나다. 하지만 말이 바로서지 못한 상태에서는 어떤 말도 헛수고다. 이땅에서 좌·우는 점차 ‘친일·친미·독재’ 우익보수, ‘반일·반미·빨갱이’ 좌익진보로 갈리는 듯하다. 참된 좌·우라면 저런 가름이 못마땅할 터이다. 자주·민주·정통·내림·통일은 어느 편일까?
어려운 세밑에 말이라도 제대로 세워 무작하고 겉도는 짓을 삼감으로써 두루 마음 덜 다치게 했으면 좋겠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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