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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려놓곡 내여놓곡
고장말
‘-곡’은 표준어 ‘-고’에 대응하는 제주말이다. ‘-고’는 주로 두 가지 이상의 사실을 단순히 나열하거나(물이 맑고 차다), 어떤 한 사실이 후에 일어난 사실의 원인이 됨을 나타내는 말이다.(비가 오고 날씨가 추워졌다) 그런데 제주말에서는 앞쪽의 뜻으로만 ‘-곡’이 쓰인다는 점이 표준어의 ‘-고’와는 다르다. “그놈들이 다 물러가면 우리대로 잘 살곡 마음대로 해산물도 잡앙 팔곡 헐 수 있는 거 아닙니까.”(<껍질과 속살> 현길언) “너의덜 말을 들어서 오라민 오곡 가라민 갈 것이냐!”(<한국구비문학대계> 제주편)
제주말 ‘-곡’은 이미 500여 년 전인 15세기에서부터 쓰이던 말로, 현대에 와서는 오로지 제주 지역에서만 살아남은 고장말이 되어버렸다. 15세기 당시 ‘-곡’은 ‘-고’를 강조하여 말할 때 쓰는 말이었다고 한다. “어마니미 니D샤Q 너희 出家N거든 날 F리곡 머리 가디 말라.”(<석보상절>)
표준어 ‘-고’에 대응하는 또다른 고장말은 ‘-구’이다. ‘-구’는 ‘-고>구’와 같은 변화를 겪은 고장말인데, ‘-고>구’의 변화는 ‘삼촌’을 ‘삼춘’, ‘고모’를 ‘고무’라고 발음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구’는 제주도와 경상도, 전라도(전북의 전주 이북 지역 제외)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쓰이는 말이다. “처먹어라 … 너 생각허구서 배 고푼 것두 안 먹구 애꼈다가 갖구 왔다!”(<쑥국새> 채만식) “간밤에는 집을 비여놓구 친구허구 색주가엘 가서 술 먹구 기집 끼구 놀구 그랬으니까 …”(<속 천변풍경> 박태원)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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