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언어예절
시절 따라 쓰임이 조금씩 바뀌는 게 말이다. 전통적으로 ‘모두’는 어찌씨 곧 부사로 쓰였고, 국어사전에서도 그렇게 다뤘다.(큰사전·1957) 몇몇 낱말은 현실에서 두드러지게 ‘명사적’으로 쓰였고, 이를 무시할 수 없어 곁들이로 다루게 된다. 그러다 <표준국어대사전>(1999)에 이르면 ‘모두’ 풀이에서 명사를 독립시켜 앞세우고 보깃글을 내보인 뒤 곁들이로 ‘부사’ 갈래를 잡았다.
가끔 수효나 양을 싸잡아 강조하느라 토를 붙여 명사처럼 쓰긴 하지만 뜻으로나 기능에서 사개가 어긋난다. 숨도 거칠고 말이 튄다. 흐름이 순순하냐가 말의 됨됨이를 가리는 기준이 되는데, 이는 말이 제자리를 벗어나거나 꼴을 달리 했을 때 방해를 받게 된다.
모두에게, 모두가, 모두를, 모두는 …으로 쓰는 버릇은 다름아닌 영어나 그 번역문투에서 온 듯하다. 대체로 토를 떼거나 자리를 바꾸거나 딴 말로 손질해야 자연스럽다. 파격이 제격을 내쳐서야.
△우리 모두는→우리는 모두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학생과 학부모 두루 ~. △그 부담은 국민 모두의 몫이다→~ 국민의 몫이다. △남북 모두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남북에 두루 큰 ~. △모두에게 행복한 결론은 없다→모든 이에게 행복한 ~. △국민 모두가 자신감을 잃고→국민 모두 자신감을 잃고. △외국에서 들여온 것 모두를 ‘무균실’을 통과하게 만들겠다→ ~ 들여온 것을 모두 ~.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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