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
언어예절
남이 그 사람 이름 대신 겉모습이나 성격 같은 특징을 바탕으로 지어 부르는 이름이 별명이다. ‘대쪽·불도저·지둘려·노짱 …들은 그나마 애교가 있는 편이고, ‘백범·우남·후광·눈뫼 …’ 같은 별호에 이르면 멋스럽고 여유가 풍긴다.
얄궂은 것은 로마자 이름 첫자를 따서 부르는 버릇이다. 영삼(YS), 대중(DJ)에 최근의 명박(MB)이 그렇다. 이승만·박정희·윤보선·최규하·전두환·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들은 그런 식으로 일컫지 않아 다행이었다.
전날 임금 이름으로 쓴 글자는 민간에서 쓰기를 삼가는 금기어였고, 요즘도 선조나 어른들은 바로 거명하지 않고 ‘○자 ○자 …’ 식으로 쓴다.
지난해 ‘놈현스럽다’도 그랬지만 요즘 대통령 이름을 풍자하거나 함부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권위 거품이 꺼지고 자유로워진 것은 좋다. 당사자도 문제겠으나 한 나라의 지도자 이름을 헐값으로 일컬어 좋을 건 없다.
이 대통령은 마침 컴퓨터 용량을 가리키는 단위(KB·MB·GB·TB·PB) 가운데 메가바이트(MB)와 닮아서 수난이다. 촛불시위 때 비롯된 ‘2MB’가 그렇다. 숫자 ‘2’(이)도 그렇고, 기가·테라·페타바이트보다는 턱없이 작은 규모여서 대통령다운 덕목과는 정반대 풍자가 된다. ‘엠비노믹스’ 따위도 그런데, 언론은 로마자 이름 적기를 삼가야 하고, 당사자도 로마자 약자 쓰기를 삼갈 것을 요청하는 것이 이로울 터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