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개
사람이름
효정 옹주가 애를 낳고 산후증으로 숨지자 중종은 부마인 조의정을 잡아들이라 했다. 옹주의 계집종 ‘풍가이’(豊加伊)를 시앗으로 삼으면서 조의정이 옹주는 종처럼, ‘풍가이’는 옹주처럼 대접했다고 한다. 옹주를 깔보고 소박받게 하였으니 ‘풍가이’를 의금부로 보내 죄를 물으라 하였다. 이 시절 대궐에서 투기가 심했다고 한다. 임금 사위는 시앗을 두지 못하였으며 어길 때는 어미와 함께 곤장을 맞기도 하였다.
‘풍가이’는 ‘풍가·풍개’(豊加·豊介)라고도 하였다. ‘풍개’는 고장말로 자두다. 자두는 ‘오얏’, 고장 따라 ‘옹아’로도 부른다. 사람이름에는 ‘갈마·감·능금·도토리·동백·딜위(찔레)·수영·잣’ 따위 말도 쓰인다. 갈매나무 열매인 ‘갈매’는 짙은 쪽빛을 띠어 검푸른 색을 ‘갈매빛’이라 하며, ‘갈마동·갈마고개·갈매못/갈마무시’처럼 땅이름에도 들어 있다.
‘수영’은 여뀟과 여러해살이풀로, ‘승아/싱아’로도 불리며 ‘수영이·수영대·수영손이’라는 이름에도 쓰였다. ‘잣’이 든 이름에 ‘잣금이·잣녜·잣달이·잣덕이·잣동이·잣산이’도 있다. 이름에 보이는 ‘늣티’는 느티나무인 듯하다.
조선의 왕족은 ‘李’(오얏 이)씨이므로, 대한제국 땐 우표를 ‘풍개’ 꽃으로 꾸몄다. 더위 먹은 입맛 돌리는 데 시큼하고 달콤한 자두, 제격이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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