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바, 샥
외래어
최근 몇 해 사이 자전거 타기가 유행한다. 소득 수준이 좋아지고 여가 생활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산악자전거와 같은 고급 자전거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까닭이라는 이야기도 뒤따랐다. 그런데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며 오르고 수출도 잘 안 되어 경제 여건이 나빠진 요즘도 자전거의 인기는 여전한 듯하다. 하지만 값비싼 자전거보다는 중저가 쪽으로 그 인기가 옮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자전거 동호인들이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 ‘샥’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자동차 관련 업계에서는 ‘쇼바’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쇼크업소버’(shock absorber) 곧 완충기를 이르는 말이다. 이것이 일본어에서 변형된 채로 들어온 게 ‘쇼바’라는 설이 있는데, 일본어 사전에는 ‘숏쿠 아부소바’(ショック アブソ-バ-) 또는 ‘아부소바’(アブソ-バ-)만이 올라 있어 그 설에 의심이 든다. 아마도 우리가 후자를 다시 한 번 변형시킨 결과가 아닐까 싶다.
한편, 자전거 동호인들은 완충기를 일컬어 ‘쇼크업소버’의 앞부분인 ‘쇼크’만을 따서 ‘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샥’과 마찬가지로 현대 일본어의 일상 어법에서는 ‘숏쿠 아부소바’ 대신에 ‘숏쿠’만을 쓰기도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런 어법이 아직 사전에는 오르지 않은 듯한데, 두 언어 사이의 이런 새로운 어법이 단순한 우연인지, 언어 운용법이 비슷한 까닭인지, 아니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서인지 궁금하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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