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
외래어
여름이 왔다. 더불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계절이다. 휴가철을 맞아 도시인들은 시멘트숲과 아스팔트 길바닥을 떠나 산과 들, 바다로 간다. 짙푸른 초목과 파란 하늘이, 석양에 물든 수평선이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준다. 자연에 파묻힌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색안경을 끼고 시린 눈을 가린다. 멋쟁이 젊은이들은 그해 유행하는 색안경을 경쟁하듯 찾아 쓴다.
소리대로 적자면 색안경을 보통 ‘썬그라쓰’, 혹은 ‘썬글라쓰’라고 하는 것 같다. 원어인 영어는 ‘sunglasses’이므로 ‘썬글라씨즈’ 혹은 ‘썬글래씨즈’가 돼야겠지만, 우리는 복수를 나타내는 ‘-es’를 제외한 부분만 받아들였다.(이런 관용적인 형태와 다수가 사용하는 발음을 반영한 듯 현재 그 규범표기는 ‘선글라스’다) 영어에서 온 외래어 가운데 복수형인 것은 그 형태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대부분이므로, 이런 측면에서는 ‘선글라스’가 예외다. 예를 들어 ‘스포츠·부츠·뉴스·셔츠·팬츠·타이츠’ 등이 복수형태를 그대로 받아들인 영어 기원 외래어다. 사전에 오르기는 했으나,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 ‘사이드 벤츠’, ‘스패츠’, ‘플리츠’와 같은 의류 용어도 이런 부류다.
한때 색안경은 상표명 ‘Ray Ban’의 일본식 외래어형인 ‘라이방’으로 통했던 적이 있으나, 지금은 원어에 가까운 ‘선글라스’로 바뀌었으니 언젠가는 원어 형태인 복수형을 그대로 받아들여 ‘선글라시즈’가 될지도 모르겠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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