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소예
고장말
부산의 아침을 가르는 ‘아지매’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이젠 들을 수 없게 됐지만, “재첩국 사이소예!”에서 나타나는 ‘-예’는 ‘-라우’(전라), ‘-마씀, -양’(제주)과 더불어 표준어 ‘-요’에 대응하는 말이다. 제주에서도 ‘-예’가 쓰이기는 하지만, ‘-예’는 경상도 지역의 전형적인 말투로 인식돼 왔다. 주로 말끝에 쓰여 들을이를 높이는 말이다.
“울 오메 여기 왔지예?” “죽었어예? 울 아버지가 벌써 총살을 당했다 이 말이지예?”(<어둠의 혼>·김원일)
‘-예’는 “돈예? 점점 더 희한한 소리 다 듣겠네예.”(<아우와의 만남>·이문열)의 ‘돈예’에서처럼 명사나 대명사에 결합하여 표준어의 ‘이거요, 돈요’와 같이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라우’와는 다르다.
‘-예’는 주로 아이들이나 여성들이 쓰는 말이다. 어렸을 때는 남녀 없이 쓰는 말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경상도 남정네들은 슬그머니 ‘-예’를 말끝에서 떼 버린다. 어렸을 때 “아제예, 어서 가이소예!”처럼 말하던 것에서 ‘-예’를 떼어 버리고 “아제, 어서 가이소”처럼 말하게 되는 것이다. 성인 남성들도 허물없는 사이에는 쓰기도 하지만 그 사용빈도가 성인 여성들보다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더구나 남성들은 외지인 앞에서 ‘-예’를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예’와 함께 경상도 아가씨를 떠올리는 것도 ‘-예’가 주로 여성들의 말투에서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 read more
- read more
- read more
-
성씨(姓氏)의 장단음
-
흙밥과 흙수저
-
불규칙용언 (2) -시옷불규칙용언, 디귿불규칙용언
-
외래어의 받침
-
손글씨
-
불규칙용언 (1)
-
받침과 대표음
-
간식(間食)의 순화어
-
모음조화
-
관용구와 속담
-
고급지다
-
고유명사의 띄어쓰기
-
단위명사
-
혼밥과 혼술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4)
-
‘김밥’의 발음, 어떻게 할 것인가
-
웃프다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3)
-
아저씨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