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양지도 있고 음지도 있는데, ‘양지꽃’은 이즈음 빛이 많고 건조한 양지에서 자라 붙은 이름이다. 햇빛을 잘 받았다는 증거라도 보이듯이 진노랑빛이다. 양지꽃은 20종쯤 되는데, 양지꽃보다 조금 늦게 피면서 잎과 꽃이 닮은 ‘나도양지꽃’, 높은 산허리에 자라는 ‘너도양지꽃’, 온몸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솜양지꽃’, 돌이나 바위틈에서도 잘 자라는 ‘돌양지꽃’, 물가에서 자라 ‘물양지꽃’, 기는 가지로 번식하는 ‘누운양지꽃’, 울릉도 ‘섬양지꽃’, 제주도 ‘제주양지꽃’ 등이 있다.
다른 이름으로는 ‘쇠스랑개비’라 하는데, 농기구 ‘쇠스랑’(소시랑)이 갈아엎는 마른 땅에서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양지꽃은 양기를 듬뿍 받아서인지 한방에서는 허한 음기를 보하는 약재로 쓰고, 화장품 회사에서는 얼굴을 환하게 만드는 데 쓴다니, 이름값을 단단히 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양지쪽에만 있는 분들을 보면, 일도 잘 했겠지만 얼핏 처세를 정말 잘했거나 혹은 소신이란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품과 실력이 있으면 ‘나도양지쪽, 너도양지쪽’이 아니더라도 중하게 쓰는 사회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