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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말하기
언어예절
“좋은 말만 하며 지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살다보면 나쁜 말도, 싫은 말도 하게 된다.”
여기서 ‘좋은 말’은 ‘듣기 좋은 말’이다. ‘싫은 말’을 떠올리게 한다. ‘좋게 말해’는? 긍정적으로, 좋은 뜻으로 말해서 정도인데, 역시 ‘나쁘게 말해’가 따라붙는다.
사물은 양면성이 있어서 ‘기다·아니다, 좋다·나쁘다’처럼 둘로 나뉜다. 나아가 다섯, 열 길로도 가를 수 있다. “기다, 아니다, 긴 것 같다, 아닌 것 같다, 긴 듯도 아닌 듯도 하다, 긴 것도 아닌 것도 아니다, 잘 모르겠다, 말하지 않겠다 …”처럼 갖가지로 느끼고 말할 수 있다. ‘두 길’로는 모자라지만 알아듣고 넘긴다.
이처럼 우리는 말을 부정확하게 쓰고도 넘어갈 때가 많고, ‘나쁘다, 싫다’를 연상해 좋은 것을 ‘좋지 않은’ 말로 버려놓기도 한다.
좋은 점이든 나쁜 점이든 제대로 알자면 사물을 속속들이 들추고 살피고서야 좀 보이는 법이고, 이로써 한가닥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리 하고서 말을 하고 글을 쓴다면 그 말글은 들을 만하고 읽을 만할 터이다. 사물을 정확하게 보아 고갱이를 끌어내 제대로 짚어주는 말하기란 쉽지 않다. 아첨, 칭송, 꾸미기, 판박이 덕담보다 마음을 밝히고 힘을 주며 일을 이루게 하는 말하기가 제대로 된 ‘좋게 말하기’다. ‘좋은 것’을 제자리로 돌리는 운동과 연습이 아쉽다. 우리는 오래도록 ‘그래!’보다 ‘아니야!’에 이력이 났다. 이 정도면 큰 어려움 없이 ‘좋게 말하기’로 나아갈 수 있다. 둘은 한가지인데, 얼마나 사랑과 이해가 담겼느냐로 갈린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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