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사평
땅이름
한강은 옛날 ‘사평’(沙平), ‘사리’(沙里)로 불린 적이 있다. <용비어천가> 제14장에 “한강은 옛날에 일컫기를 사평도라 불렸으며 속칭으로 사리진이라고도 했는데, 근원은 오대산에서 출발하여 영월군 서쪽에 이르러 ‘가근동’(加斤洞)에 합류하고, 충주 달천(達川)과 합쳐 연천(淵遷)을 이루며, 서로 흘러 안창수와 합치고 여흥부에서 여강이 되며, 천령현에서 ‘이포’(梨浦)를 이루고, 양근군의 ‘대탄’(大灘)과 ‘사포’(蛇浦)를 이루는 것이 하나의 줄기”라고 풀이했다. ‘가근동’은 한글로 적었고, ‘달천’은 ‘달내’, ‘연천’은 ‘쇠벼ㄹ. ’, ‘이포’는 ‘ㅂ.ㅣ애’, ‘대탄’은 ‘한여흘’, ‘사포’는 ‘ㅂ.ㅣ얌개’로 표기하여 토박이말과 한자말의 대응관계를 보였다.
‘이포’와 ‘ㅂ.ㅣ애’, ‘사포’와 ‘ㅂ.ㅣ얌개’, ‘대탄’과 ‘한여흘’의 대응은 쉽게 알 수 있고, ‘연천’의 ‘연’도 ‘소’를 옮긴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강’의 또다른 이름인 ‘사평’과 ‘사리’는 어디서 비롯됐는지 쉽게 짐작되지 않는다. 그러나 ‘평’이 ‘벌’을 뜻하는 한자말이라는 점, ‘사리’가 속칭으로 기록된 점을 고려한다면, ‘사평’과 ‘사리’는 ‘서울’의 원형인 ‘서벌’ 또는 ‘서라벌’과 같은 형태의 말임을 알게 된다.
<세종실록지리지>에서 ‘경주부’ 역이름 중 ‘사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역을 ‘활리’(活里)라고도 했다. ‘사리’가 ‘살다’와 관련이 있음을 뜻하는 셈이다. ‘사평’, ‘사리’, ‘활리’ 등은 ‘삶’을 뜻하는 우리말을 적는 또다른 방법이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