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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갔더니 ….”(서정주·선운사 동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최영미·선운사에서)이라고 동백꽃을 노래했지만, 지금 선운사에는 ‘꽃무릇’이 불타고 있다.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장성 백양사 쪽도 한창이다.
‘꽃무릇’은 ‘꽃+무릇’으로 된 말인데, ‘무릇’의 뜻을 가늠하기 어렵다. 어떤 이는 무리지어 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도 하는데, 무리지어 피는 꽃이 어디 한둘이랴. 오히려 ‘무릇하다: 좀 무른 듯하다’는 뜻과 관련지을 수 있을 듯한데, ‘밥을 무릇하게 짓는다’고도 한다. 무릇을 ‘물고리/ 물구’라고 일컫기도 한다. 그런데 무릇은 무르지 않아 꽃대로 조리를 만들기도 했던 것을 보면, 반그늘 습지에서 자라는 점을 반영한 이름이 아닐까 싶다.
한자 이름은 ‘석산’(石蒜)이다. 흔히 ‘상사화’(相思花)와 혼동하는데, 같은 수선화과지만, 꽃무릇은 9~10월에 피고, 상사화는 6~7월에 피고 키도 크다.
후제 어느 시인이 읊을 멋들어진 꽃무릇 노래를 기대해 본다. 꽃말이 ‘슬픈 추억’이라니 불타는 쓰린 사랑의 노래가 나올 법도 하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사진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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