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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미·목넘이
황순원의 소설 <목넘이 마을의 개>는 한 마을에 흘러들어 온 신둥이(흰둥이)의 강인한 삶을 통하여 온갖 고난을 이겨내는 우리 겨레를 상징한 소설로 알려졌다. 소설 속의 ‘목 넘이 마을’은 사방 산으로 둘러싸여 어느 곳이든 ‘목’을 넘어야 갈 수 있는 마을이어서 붙은 이름이다. 이야기 배경이 평안도 어느 마을로 설정돼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느 곳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황순원이 평안도 대동 출생이니 그곳 어디쯤에 있는 땅이름일 가능성이 높다.
‘목 넘이 마을’처럼 ‘넘다’라는 말이 들어간 땅이름도 비교적 흔히 찾을 수 있다. 중세어에서 ‘넘다’는 ‘남다’와 함께 쓰였다. 두 말이 모두 ‘넘는다, 지나치다. 남다’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백년이 하마 반이 남으니”라는 말은 “백년이 벌써 반이나 지나가니”라는 뜻이며, <석보상절>에서는 한자어 ‘과’(過)를 ‘넘다’로 풀이한 바 있다. 이는 중세어에서 ‘넘다’와 ‘남다’가 넘나들며 쓰였음을 뜻한다. 이 말이 차츰 분화하여 ‘남다’와 ‘넘다’가 전혀 다른 뜻의 말이 되었다.
그런데 땅이름에서는 ‘남다’의 의미를 갖는 것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넘다’의 경우는 ‘너미’라는 형태로 자주 쓰인다. 예를 들어 ‘무너미’는 ‘둑이나 저수지에서 물이 넘어가는 곳’ 또는 ‘물 건너 마을’을 뜻한다. ‘목 넘이’의 ‘넘이’도 마찬가지다. ‘넘다’에 이름씨를 만드는 뒷가지 ‘이’가 붙어 땅이름으로 자연스럽게 쓰인 셈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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