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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기풀
‘쐐기’는 풀, 벌레, 물건 이름으로 두루 쓰인다. ‘쐐기풀’은 주로 숲 가장자리에 많이 자라서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면 흔히 따끔하게 스쳐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잎이 톱니 모양에다 포기 전체에 가시털이 나 있다. 가시에는 개미산(포름산)이 들어 있어 찔리면 쐐기한테 쏘인 것처럼 아프다. 그런데 독은 독을 이기는 법인지, 쐐기풀은 뱀독 해독제로도 쓰였다. ‘쐐기풀’은 모양과 감각이 두루 반영된 이름이다. ‘쐐기벌레’는 쐐기나방 애벌레로, 몸에 뾰족한 독침이 있어 따갑게 쏘기에 붙여진 이름일 터이다.
‘쐐기’는 물건을 고정시키거나 쪼갤 때 쓰는 쐐기(V)꼴 물건이다. 세계 글자 역사에서는 대체로 현존하는 최고의 문자로 기원전 4000년께 썼다는 메소포타미아의 쐐기문자를 든다. 진흙판에 글자를 새기기 때문에 쐐기같이 뾰족한 도구로, 진흙이 일어나지 않게 쐐기 모양으로 쓸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 제일 훌륭한 신랑감은 의사도 판사도 아닌 ‘필경사’였다고 한다. 글자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지식과 권력의 최상층부인 시대도 있었는데, 최근 20년 사이 없어진 직업이 ‘필경사’와 ‘타자수’라는 얘기는 흥미롭다. ‘서예’는 말 그대로 미술 영역이 되었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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