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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뇌리·물퉁게
몸이 피곤하면 입술 주위에 물집이 생길 때가 있다. 이 물집을 ‘구순포진’(口脣疱疹)이라고 한다. 참 어려운 말인데, 바로 ‘입술 물집’이다. 한 낱말로 붙여서 쓸 수도 있겠으나 아직은 인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입술 물집’에 해당되는 남녘말로 ‘입치리’, 북녘말로 ‘입뇌리·물퉁게’가 있다. ‘입술물집’은 두 낱말이 연결되어 한 낱말로 쓰기에 좀 이상하다면, 이들 말을 써 보면 어떨까?
‘입치리·입뇌리·물퉁게’의 원인은 ‘헤르페스 바이러스’로 알려졌다. ‘헤르페스’(herpes)라는 말은 라틴어에서 온 영어인데 ‘포진, 물집’을 뜻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물집균’이라고 하겠다. ‘바이러스’는 워낙 익숙하기 때문에 ‘균’으로 바꾸기 곤란하다면, ‘물집 바이러스’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물집균’은 치료된 뒤에도 감각 신경에 남아 있다가 몸의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 활동을 시작해 물집을 만든다고 한다.
입술 주변이 아닌 가슴이나 등에 물집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를 ‘대상포진’이라고 한다. ‘대상’(帶狀)은 ‘띠 모양’을 뜻한다. 그러니 ‘대상포진’은 ‘띠처럼 물집이 여럿 난 것’을 말한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지석묘’(支石墓)를 ‘고인돌’로 바꾸었는데, 고인돌이 ‘돌로 돌을 고였다’는 뜻으로 ‘고이다, 괴다’와 관계가 있다는 것만 알면, 욀 필요도 없고 이해하기 쉽다. 이렇게 익숙지 않은 말을 쉬운 말로 고쳐서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익숙하지 않은 한자어와 외국어를 섞어서 씀으로써 얻는 이득이 적은 까닭이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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