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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추리
산과 들에 흔히 나서 봄나물로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는 ‘원추리’는 한자이름 ‘훤초’(萱草)에서 온 것으로 생각된다. 곧 ‘훤초’에서 편한 발음인 ‘원초’로, 모음조화로 ‘원추’로, 여기에 ‘나리/ 싸리/ 보리 …’들과 같이 ‘리’가 붙어 원추리로 부른 것이 아닐까 한다. 이는 마치 백일홍(百日紅)이 변해서 ‘배롱’으로, 한자말 백채(白寀)의 중국 발음 ‘바이차이’가 ‘배추’로 변한 것과 같이 풀이할 수 있는데, 더 거슬러 오르면 그 반대일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원추리의 순우리말은 ‘넘나물’이다. 입이 넓고 길게 퍼진 것으로 말미암아 ‘넓〉넘’의 과정을 거친 듯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광채(廣菜)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넙치’를 ‘광어’로 부르는 것처럼 쓸데없는 일이다. 이미 16세기 〈훈몽자회〉에서는 훤(萱)은 ‘넘B믈’로 쓴 적이 있건만, 17세기 〈산림경제〉에는 ‘원츄리/ 업?믈’로 나온다.
원추리 꽃은 진한 노란색인데, 산수유나 개나리의 노랑이 그렇듯 강력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아이를 밴 부인이 사내아이 고추 모양을 한 원추리 꽃봉오리를 지니고 다니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어서 ‘의남초’(宜男草)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한 근심을 잊게 하는 꽃이라 하여 ‘망우초’(忘憂草)라 일컫기도 했다.
이처럼 꽃도 보고, 나물로 먹고, 아들도 낳게 해 주고, 걱정도 없애 주니 예전에 장독대와 뒤뜰에 그렇게 심었나 보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원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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