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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수염
탈놀이·줄타기·땅재주·판소리 등 연예를 하는 예능인을 통틀어 이르던 우리말에 ‘광대’가 있다. 요즘은 재주가 많은 연예인들이 대접받는 시대지만, 직업에서 귀천의식이 드셌던 옛날에 광대는 천한 존재로 여겼다.
동식물에 광대라는 말이 붙으면서도 이런 의식이 작용해서 그 실체도 대체로 울긋불긋하거나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인다. 동물에는 ‘광대노린재/ 광대박쥐/ 광대파리/ 광대하늘소 …’들이 있고, 식물이름에서는 ‘광대나물/ 광대싸리/ 광대버섯 …’들이 있다.
‘광대수염’은 꽃잎의 알록달록한 점이 광대를, 꽃받침의 가장자리에 뾰족한 가시가 수염을 연상시켜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점도 아름답거나 우아하지 않고, 수염이라고 떠올린 부분도 삐죽삐죽하여 점잖은 모습이 아니다. 북녘말로는 ‘꽃수염풀’이다. 사람 모습이나 신분에서 따온 풀꽃이름으로는 이 밖에도 ‘양반풀/ 각시꽃/ 기생초/ 할미꽃/ 처녀치마/ 선녀고사리/ 미치광이풀/ 바보여뀌 …’들이 있다.
우리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영국 방송 〈비비시〉(BBC)가 만든 ‘식물의 사생활’을 보면, 광대수염은 가시에 침과 독물이 있는 유럽쐐기풀과 비슷한데, 동물들은 먹지 않는다고 하니 그 생존본능도 신기하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광대의 삶을 새롭게 보고, 진심으로 예인으로 인정하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 얼룩덜룩하고 우스우면서도 가끔씩 슬프기도 한 삶에서 누군들 광대 아닌 사람이 있으랴!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광대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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