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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랭이꽃
‘패랭이꽃’은 길가 풀밭이나 냇가 모래땅, 묏자리 근처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꽃을 뒤집으면 옛날에 역졸, 부보상들이 쓰던 패랭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자어로는 석죽(石竹)이라고 하는데, 이는 바위틈 같은 메마른 곳에서도 잘 자라고, 대나무처럼 줄기에 마디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패랭이꽃은 우리나라가 원산지여서 자라는 곳이나 모양에 따라 이름도 많다. 바닷가에 자라는 ‘갯패랭이꽃’, 구름이 떠 있는 높은 산에서 자라는 ‘구름패랭이꽃’, 백두산에서 자라는 키가 작은 ‘난장이패랭이꽃’, 울릉도에서 자라는 ‘섬패랭이꽃’, 꽃잎이 붉은 ‘각시패랭이꽃’, 꽃잎이 술처럼 잘게 갈라진 ‘술패랭이꽃’, 꽃받침을 둘러싼 부분이 수염처럼 생긴 ‘수염패랭이꽃’ 들이 있다.
‘패랭이꽃’ 이름에서는 거추장스럽거나 거들먹거리지 않는 실용적인 모자를 쓰고, 바지런하게 생활하던 옛사람의 일상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옛날 우리의 생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풀꽃이름으로는 ‘달구지풀/ 작두콩/ 병풍나물/ 삿갓나물/ 요강나물/ 족두리풀/ 비녀골풀/ 투구꽃/ 갈퀴나물 …’ 들이 있다.
화려하지 않고 평범하며, 귀하지 않고 뽐내지 않아 친근함을 느껴서 그런지 소박한 삶과 마음을 패랭이꽃과 함께 쓴 글이 많다.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이라는 류시화의 최근 시(패랭이꽃)를 되뇌어본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패랭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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