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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과 드림
요즘은 전화와 문자메시지 같은 전자말에 밀려서 글말 편지가 나날이 자리를 빼앗기는 판세다. 하지만 알뜰한 사실이나 간절한 마음이나 깊은 사연을 주고받으려면 아직도 글말 편지를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글말 편지라 했으나 종이에 쓰고 봉투에 넣어서 우체국 신세까지 져야 하는 진짜 글말 편지는 갈수록 밀려나고, 컴퓨터로 써서 누리그물(인터넷)에 올리면 곧장 받을 수 있는 전자말 편지가 나날이 자리를 넓히고 있다. 이들 진짜 글말 편지든 전자말 편지든 이제 편지를 쓰면 너나없이 ‘올림’과 ‘드림’을 자주 쓴다. 올림은 받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고, 드림은 주는 것이 보잘것없어서 낮은 곳에 아무렇게나 슬쩍 들여놓는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받는 사람을 높이고 주는 이를 낮추는 뜻은 다를 바가 없지만 마음을 두는 곳이 서로 조금씩은 다른 셈이다.
글말 편지의 봉투 겉에 보내는 사람을 흔히 ‘아무개 올림’ 또는 ‘아무개 드림’이라 쓰고 봉투 속에 담긴 편지글 끝에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쓴다. 봉투 겉에 쓰는 것은 봉투 속에 든 글을 하나의 물품으로 보고 그것을 올리거나 드리거나 한다는 뜻으로 쓰는 것이라 좋지만, 봉투 속에 든 글은 바로 말씀을 올리거나 드리는 것이므로 사정이 다르다. 말씀을 올리거나 드릴 적에 쓰는 우리말이라면 ‘사룀’과 ‘아룀’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사뢰는 것은 속살과 속내를 풀어서 말씀드리는 것이고, 아뢰는 것은 모르시는 것을 알려 드리려고 말씀드리는 것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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