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내와 비달홀
뜻이 같은 한자말과 토박이말이 합친 말이 많다. ‘역전앞’이나 ‘처가집’이 대표적인 경우다. 언어학자들은 같은 뜻을 합쳐 이룬 낱말은 말의 경제적인 차원에서 불합리한 것으로 생각되므로 적절한 말이 아니라고 한다. 따라서 ‘역전’이나 ‘처가’로 써야 바른 표현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자말과 토박이말의 합성어가 전혀 새로운 말을 만들어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족발’은 ‘족’(足)이나 ‘발’만으로는 뜻을 전할 수 없다. 왜 그럴까? 그것은 비록 ‘족’과 ‘발’이 같은 뜻일지라도 두 말이 합치어 새로운 대상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옛말 가운데는 ‘별’과 ‘낭’이 그런 보기에 해당한다. 전남 승주군에 있었던 ‘별량(별애)부곡’이나 <삼국사기>에 보이는 ‘압록수 이북의 미수복 지역’ 땅이름인 ‘비달홀’(비탈골)에 들어 있는 ‘별애’와 ‘비탈’은 비스듬한 모양의 지형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우리 옛말에는 ‘별’과 ‘낭’은 비슷하지만 다른 뜻의 말이었다. <동국신속 삼강행실도>의 “ㅈ.식을 업고 낭의 떨어져 죽으니라”라는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낭’은 ‘절벽’을 뜻하며, <동동>의 “6월 보름에 별헤 ㅂ.룐 빗 다호라”에 나오는 ‘별’은 절벽보다는 덜 가파른 비스듬한 지역을 나타낸다. 이 두 말이 합쳐서 ‘벼랑’이라는 말이 된 것이다. 특히 ‘별’은 물을 뜻하는 ‘내’나 ‘고개’를 뜻하는 ‘재’와 어울려 땅이름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깅기 남양주의 ‘별내’나 강원 통천의 ‘별재’는 이런 땅이름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73,957 | 2006.09.1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20,385 | 2007.02.18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34,575 | 2006.09.09 |
3626 | 고장말은 일상어다 / 이태영 | 바람의종 | 23,565 | 2007.07.24 |
3625 | 우리말의 참된 가치 / 권재일 | 바람의종 | 14,468 | 2007.08.31 |
3624 | 언어의 가짓수 | 바람의종 | 13,689 | 2007.09.26 |
3623 | 상일꾼·큰머슴 | 바람의종 | 13,444 | 2007.09.28 |
3622 | ‘기쁘다’와 ‘즐겁다’ | 바람의종 | 13,797 | 2007.09.29 |
3621 | 언어 분류 | 바람의종 | 14,072 | 2007.10.06 |
3620 | 떼부자 | 바람의종 | 12,431 | 2007.10.08 |
3619 | 단소리/쓴소리 | 바람의종 | 12,287 | 2007.10.09 |
3618 | ‘부럽다’의 방언형 | 바람의종 | 10,592 | 2007.10.11 |
3617 | ‘우거지붙이’ 말 | 바람의종 | 11,374 | 2007.10.13 |
3616 | 쉬다와 놀다 | 바람의종 | 10,825 | 2007.10.14 |
3615 | 방언은 모국어다 | 바람의종 | 9,522 | 2007.10.16 |
3614 | 청소년의 새말 | 바람의종 | 11,928 | 2007.10.17 |
3613 | 우리 | 바람의종 | 9,770 | 2007.10.18 |
3612 | 분루 | 바람의종 | 11,771 | 2007.10.19 |
3611 | 사투리와 토박이말 | 바람의종 | 10,823 | 2007.10.20 |
3610 | 경제성 | 바람의종 | 10,428 | 2007.10.21 |
3609 | 외국어와 새말 | 바람의종 | 10,888 | 2007.10.22 |
3608 | 알타이말 | 바람의종 | 10,692 | 2007.10.23 |
3607 | 정서적 의미 | 바람의종 | 10,441 | 2007.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