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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새
오래된 유행가 가운데 가을이 되면 애절하게 가슴을 적시는 “아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짝사랑’) 하는 노랫말에서 ‘으악새’가 나온다. 이를 ‘새’(鳥)로 아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2절에서 ‘뜸북새’도 슬피 운다 하니 더욱 그럴싸하다. 실제로 정재도님은 그것이 물과 관계가 있으며, 봄에 우리나라에 와 논·강·호숫가에서 살다가 가을에 돌아가며 슬피 우는 ‘왜가리’를 일컫는다고 밝힌 바 있다.
‘짝사랑’에 나오는 ‘으악새’와 상관없이 풀이름 ‘억새’의 경기 사투리로 ‘으악새’가 있고, 억새의 옛말에 ‘어웍새’가 있는 것을 보면, 풀이름과 ‘으악새’의 인연도 깊은 듯하다.
‘새’는 우리가 흔히 동물 이름 ‘○○새’를 떠올리지만, 식물 이름 ‘○○새’도 꽤 있다. 그냥 ‘새’라는 풀도 있고, ‘억새’의 준말이 ‘새’이기도 하다. 또한 볏과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기도 한데, ‘기름새/ 나래새/ 드렁새/ 들묵새/ 물뚝새/ 쌀새/ 솔새/ 수수새/ 장고새 …들이 있다. ‘방울새’는 새이름이기도 하지만 풀이름이기도 하고, ‘오리새/ 꼬리새/ 호오리새’ 역시 새이름 아닌 풀이름이다.
주변에 19세기 프랑스 폴 베를렌의 시 〈가을의 노래〉 중 “가을날 비올롱의 긴 흐느낌은 ~”에서 ‘비올롱’을 바이올린이 아닌, 세상에서 가장 슬피 우는 새로 잘못 알고 그 감정에 푹 빠져서 불문학을 전공해 교수가 되셨다는 분이 있다. 착각에 힘입은 감동이라도 가끔씩은 개입하는 게 삶의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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