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듬실과 버드실
“신라의 시조 혁거세는 전한의 오봉 원년 갑자에 나라를 세웠는데, 도읍의 길이가 3075보, 너비가 3018보이며, 35리 6부에 나라 이름을 서야벌(徐耶伐), 사라(斯羅), 사로(斯盧) 혹은 신라(新羅)라 하였다.”(<삼국사기> 지리지) 여기에 나타나는 ‘서야벌·사라·사로·신라’는 오늘날 ‘서울’의 어원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신라’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일까? 지리지에 나타나는 다른 지명에서는 이 말의 뜻을 짐작할 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작은 마을을 나타내는 땅이름에서 이 말의 뜻을 짐작할 수 있다. 사전 편찬사를 뒤적이면, 조선어학회에서 <큰사전>을 만들 바탕으로 ‘시골말’(방언)과 ‘조선말 지명’을 조사해 모은 자료가 나온다. 그 가운데 ‘듬실’[杜谷], ‘버드실’[柳谷]과 같은 지명을 볼 수 있다.
‘실’과 관련된 땅이름이 문헌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 ‘실’이 붙는 땅이름은 매우 많다. 한자 ‘곡’(谷)으로 맞옮겨 기록된 사례는 무수하다. 달리 말해 ‘실’은 ‘골짜기’의 뜻으로, 마을 이름에 ‘실’이 붙는 연유는 골 어귀에 마을이 형성됨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실’이 신라계 지명에서 온 남쪽 지방의 땅이름이라고 여겼는데, 앞의 자료는 평안 북부에서 나온 땅이름이었다. 실제로 ‘실’은 남쪽뿐만 아니라 경기 양평 등에서도 발견된다. 작은 마을 이름에서도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 볼 수 있는 사례라 하겠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72,474 | 2006.09.1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18,861 | 2007.02.18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33,055 | 2006.09.09 |
3626 | 고장말은 일상어다 / 이태영 | 바람의종 | 23,492 | 2007.07.24 |
3625 | 우리말의 참된 가치 / 권재일 | 바람의종 | 14,413 | 2007.08.31 |
3624 | 언어의 가짓수 | 바람의종 | 13,621 | 2007.09.26 |
3623 | 상일꾼·큰머슴 | 바람의종 | 13,388 | 2007.09.28 |
3622 | ‘기쁘다’와 ‘즐겁다’ | 바람의종 | 13,738 | 2007.09.29 |
3621 | 언어 분류 | 바람의종 | 14,042 | 2007.10.06 |
3620 | 떼부자 | 바람의종 | 12,414 | 2007.10.08 |
3619 | 단소리/쓴소리 | 바람의종 | 12,272 | 2007.10.09 |
3618 | ‘부럽다’의 방언형 | 바람의종 | 10,566 | 2007.10.11 |
3617 | ‘우거지붙이’ 말 | 바람의종 | 11,357 | 2007.10.13 |
3616 | 쉬다와 놀다 | 바람의종 | 10,800 | 2007.10.14 |
3615 | 방언은 모국어다 | 바람의종 | 9,460 | 2007.10.16 |
3614 | 청소년의 새말 | 바람의종 | 11,909 | 2007.10.17 |
3613 | 우리 | 바람의종 | 9,716 | 2007.10.18 |
3612 | 분루 | 바람의종 | 11,723 | 2007.10.19 |
3611 | 사투리와 토박이말 | 바람의종 | 10,794 | 2007.10.20 |
3610 | 경제성 | 바람의종 | 10,410 | 2007.10.21 |
3609 | 외국어와 새말 | 바람의종 | 10,832 | 2007.10.22 |
3608 | 알타이말 | 바람의종 | 10,628 | 2007.10.23 |
3607 | 정서적 의미 | 바람의종 | 10,421 | 2007.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