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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시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재·과거·미래를 구분한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늘 현재를 살면서 지난날을 되살피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한다. 문법에도 이런 시간 흐름이 반영된다. 말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지나간 시점의 일을 표현하는 것을 과거시제, 다가올 시점의 일을 표현하는 것을 미래시제, 말하는 시점과 일의 시점이 같은 때는 현재시제라 한다. 언어마다 현재·미래보다 과거를 표시하는 문법적인 방법이 뚜렷하다. 우리말에서 ‘나는 책을 읽었다’와 같이 어미 ‘-었-’을 써서 과거를 표시하고, 영어에서 어미 ‘-ed’를 통해 과거를 나타낸다.
그러나 우리말이나 영어의 경우, 과거시제를 표현하는 것이 한 단계밖에 없다. 곧, 모든 과거는 ‘-었-’이나 ‘-ed’로 표현한다. 그러나 과거시제를 몇 단계로 나눠 표현하는 말이 있어 흥미롭다. 인도 북동부 미슈미말에는 현재로부터 가까운 과거는 ‘so’로, 한참 지난 과거는 ‘liya’로 표현한다. ‘ha tape tha-so’라 하면 조금 전에 내가 밥을 먹었다는 뜻이고, ‘ha tape tha-liya’라 하면 한참 전에 내가 밥을 먹었다는 뜻이다. 벰바말에서는 더 다양하다. 그저께보다 더 과거라면 ‘-ali-’, 어제쯤은 ‘-alee-’, 오늘 아침쯤이면 ‘-aci-’, 서너 시간 전쯤이면 ‘-a-’를 써서 지난적을 나타낸다.
이렇게 다양하게 과거를 구분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말을 통해 생각하는 방식과 문화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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