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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려나다
‘생활고, 생활난, 불경기 …’ 같은 말들, 곧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가 줄고, 그나마 직장 다니던 사람들도 갖가지 이유로 물러난 이들이 늘면서 살림살이가 어려움을 뜻하는 말들이 자주 쓰인다. ‘실업’은 ‘일할 뜻도 힘도 있는 사람이 일자리를 잃거나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태’를 이른다. 스스로 직장에서 물러나는 상황은 드물므로 ‘직장에서 물러나는 상황’과 관련된 고유어에는 피동접사 ‘-리-, -기-’가 결합된 말이 많다. ‘내몰리다, 잘리다, 쫓겨나다’ 등이 그렇다. ‘면직당하다, 모가지 당하다’처럼 ‘당하다’가 붙어 쓰이기도 한다. ‘내몰리다’, ‘잘리다’와 비슷한 말이면서 큰사전에 오르지 않은 낱말로 ‘떨려나다’가 있다.
“불경기로 말미암아 직공을 추리는 사품에 한몫 끼어 떨려나고 말았습니다.”(김유정 <아기>)
“그들이 미군 부대에서 떨려나 몇 군데 한국 기관의 말단 노무직을 전전하다가 ….”(박완서 <이별의 김포공항>)
“그들은 결국 뭇매에 쫓겨나듯 그 공사판에서 떨려나고 말았던 것이다.”(이문열 <사람의 아들>)
여기서 ‘떨려나다’는 ‘어떤 장소나 직위에서 내쫓김을 당하다’를 뜻한다. ‘스스로 물러남’의 뜻으로 ‘퇴임’, ‘퇴직’이라는 말을 쓰는데, 외환위기 전후로 ‘희망퇴직’이라는 해괴한 말이 쓰인다. 대부분이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상황인데, ‘희망’과 ‘퇴직’이라는 말을 붙여 상황을 왜곡하는 말의 하나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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