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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미크말
카스피해 서쪽에 칼미크공화국이 있다. 러시아연방국이다. 지금 이곳 대통령은 한때 우리나라 한 자동차 회사의 러시아지역 판매원으로 활동해 큰돈을 번 사람이다. 대통령이 된 뒤 서울시와 경제협력 협정을 맺고 ‘서울타운’이라는 경제자유구역 설치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17세기 초 서부 몽골에서 온 몽골계의 오이라트족 30여만명이 살고 있다. 이들을 칼미크족이라 하는데, 본디 ‘칼미크’란 터키말로 ‘남아 있는 사람’을 뜻한다. 곧, 이들은 이곳에 왔다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눌러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쓰는 말이 몽골어파의 하나인 ‘칼미크말’이다.
현재 칼미크말은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사용 인구가 급격히 줄어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러시아말을 쓴다. 말을 지켜야 민족을 지킬 수 있음을 알지만 현실은 어렵다. 다른 문제는 문법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칼미크말은 우리말 ‘나는 책을 읽는다’처럼 ‘주어-목적어-서술어’ 차례로 서술어가 맨 뒤에 온다. 그런데 요즘은 러시아말 간섭을 받아 주어 다음에 서술어가 바로 오는 어순을 흔히 쓴다.
최근 일륨지노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에다 중국에 사는 오이라트족 1만명을 이민으로 보내 달라고 이색적인 요청을 했다. 이들이 이주해 오면 모든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여기서 같은 민족의 영입을 통해 사라져가는 모국어를 되살리려는 한 젊은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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