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原逐鹿(중원축록) 中(가운데 중) 原(근원 원) 逐(쫓을 축) 鹿(사슴 록)
한서(漢書) 괴오강식부( 伍江息夫)전과 사기(史記) 회음후(淮陰侯)열전의 이야기. 한나라 유방(劉邦)은 한신(韓信)의 도움으로 많은 승리를 거두게 되자, 한신을 제왕(齊王)으로 봉하였다. 당시 한신의 모사(謀士)로 있던 괴통은 한신에게 제위(帝位)를 차지하도록 종용하였다. 훗날, 모반죄로 처형되기 전, 한신은 내가 괴통의 말을 듣지 않아 오늘 이런 꼴을 당하게 되었도다. 라며 탄식하였다. 이 말에 유방은 즉시 괴통을 붙잡아 사형에 처하려 했다. 괴통은 일이 이미 이렇게 된 것을 보고 침착하게 말했다. 개는 그 주인을 따르는 법입니다. 당시 저는 한신만을 알았지, 폐하를 알지 못했습니다. 진나라가 중원에서 사슴을 놓치자 천하 사람들은 모두 이를 잡으려 하였는데,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먼저 천하를 차지하였던 것입니다(秦失其鹿, 天下共逐之. 高材者先得). 폐하와 다투던 자들이 모두 실패한 이 마당에 어찌 한신을 두려워 하십니까? 이합집산이 진행중인 정치권. 각종 비밀병기로 무장한 각 문파(門派)의 고수들이 한 마리의 사슴을 놓고 중원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中原逐鹿 이란 치열한 정권쟁탈을 비유한 말이다.
…………………………………………………………………………………………………………………………………
[준말] 축록(逐鹿). [동의어] 각축(角逐). [유사어] 중원장리(中原場裡), 중원석록(中原射鹿). [출전]《史記》〈淮陰侯列傳〉
중원[天下]의 사슴[帝位]을 쫓는다는 뜻. 곧 ① 제위(帝位)를 다툼. ② 정권을 다툼. ③ 어떤 지위를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함.
한(漢)나라 고조(高祖) 11년(B.C. 196), 조(趙)나라 재상이었던 진희가 대(代:산서성) 땅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고조는 군사를 이끌고 토벌에 나섰다. 그 틈에 진희와 내통하고 있던 회음후(淮陰侯) 한신(韓信)이 도읍 장안(長安)에서 군사를 일으키려 했으나 사전에 누설되어 여후(呂后:고조의 황후)와 재상 소하(蕭何)에게 모살 당하고 말았다. 이윽고 난을 평정하고 돌아온 고조는 여후에게 물었다.
“한신이 죽기 전에 무슨 말을 하지 않았소?” “괴통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분하다고 하더이다.”
괴통은 제(齊)나라의 언변가로서 고조 유방이 항우와 천하를 다투고 있을 때 제왕(齊王)이었던 한신에게 독립을 권했던 사람이다. 그 후 고조 앞에 끌려 나온 괴통은 조금도 겁내는 기색 없이 당당히 말했다.
“그때 한신이 신의 말을 들었더라면 오늘날 폐하의 힘으로도 어쩌지 못했을 것이옵니다.” 고조는 크게 노했다. “저놈을 당장 삶아 죽여라!” 그러자 괴통은 이렇게 항변했다. “폐하, 신은 전혀 삶겨 죽을 만한 죄를 진 적이 없나이다. 진(秦)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천하가 어지러워지자 각지에 영웅 호걸들이 일어 났사옵고, 진나라가 사슴[鹿:帝位]을 잃음으로 해서 천하는 모두 이것을 쫓았던[逐] 것이오며, 그중 키 크고 발빠른 걸물(傑物:고조 유방을 가리킴)이 이것을 잡았던 것이옵니다. 그 옛날 대악당인 ‘도척의 개가 요(堯) 임금을 보고 짖었다’고 해서 요 임금이 악인이라 짖은 것은 아니옵니다. 개란 원래 주인이 아니면 짖는 법이온데 당시 신은 오직 한신만 알고 폐하를 몰랐기 때문에 짖었던 것이옵니다. 그런데 천하가 평정된 지금 난세에 폐하와 마찬가지로 천하를 노렸다 해서 삶아 죽이려 하신다면 이는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옵니다. 통촉하시옵기를…‥.”
빈틈없는 항변에 할 말을 잃은 고조는 괴통을 그냥 놓아주지 않을 수 없었다.
[주] 요 : 중국 고대의 이상적 성군(聖君).
도척 : 춘추 시대, 성인(聖人) 공자(孔子)와 같은 시대를 살다 간 같은 노(魯)나라 사람으로 큰 도둑. 도당 9000여 명과 늘 전국을 휩쓸며 같은 악행(惡行)을 일삼음으로 해서 대악당(大惡黨)의 대명사가 되었다고 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