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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걸음 백걸음(오십보백보)
‘비슷비슷’이라는 뜻으로 ‘쉰걸음 백걸음’(오십보백보)이라는 말이 있는데, <맹자> ‘양혜왕’ 편에 있다.
맹자가 전국시대 양나라 혜왕의 고문을 맡고 있을 때, 어느날 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나는 이웃 나라보다 정치를 잘하는 줄로 아오. 이웃이 흉작일 때에는 그 백성이 우리나라로 와야 할 텐데 그런 징조가 보이지 않는구려. 어째서일까요?”
맹자가 대답했다. “임금님은 싸움을 좋아하시니까 싸움에 빗대어 보십시다. 적과 우군이 맞닥뜨려서 맞붙싸움(백병전)이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겁쟁이바람’을 일으켰더니 도망치는 자가 생겼습니다. 어떤 자는 백 걸음을 도망가다가 머무르고, 어떤 자는 쉰 걸음을 도망가다가 머물렀습니다. 쉰 걸음 도망간 자가 백 걸음 도망간 자더러 겁쟁이라고 비웃었다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임금이 말했다. “그건 안 되오. 백 걸음 도망가지 않았다고 해도 도망간 것은 다를 바 없으니 말이오.”
“그것을 아시었으면 임금님도 이웃 나라보다 백성이 많아지기를 바라서는 안 됩니다.”
혜왕이 정치를 잘하려고 해도 백성을 위해서 덕으로써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이웃 나라와 ‘쉰걸음 백걸음’(오십보백보)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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