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 MBC 예술단 엮음
하나
추억이라는 이름의 웃음여행
주유소 총잡이들과 방범
안녕하세요. 이종환, 최유라씨!
이것이 두 번째 보내는 편지인데 꼭 채택이 됐으면 하고 또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9년 전 88올림픽이 서울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을때 일입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방 하나를 들고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먼저 서울에 온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한강주유소에 있는 영규, 용산주유소에 있는 태정이, 그리고 대방동 팔각정주유소에 있는 수동이에게 전화를 해서 밤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우리들은 돈도 없고, 해서 두꺼비(소주)와 닭똥집을 사가지고 한강 고수부지로 나가 술을 먹기로 했습니다. 우리들은 술을 먹으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다가 태정이가 갑자기 게임을 제의했습니다.
"우리 게임 한번 하자."
"그래 좋다. 무슨 게임을 할까?"
태정이가 계속 말을 이어갔습니다.
"저 한강물에 뛰어들어가 누가 제일 먼저 돌을 하나 들고 나오는지 시합을 하자."
친구들도 좋다고 제의가 나왔고, 우리들은 팬티 하나만 남기고 한강물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네명이 나란히 팬티만 있고 서 있느니, 얼마나 가관이겠습니까. 우리들은 하나, 둘, 셋과 동시에 뛰어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셋과 동시에 저쪽 끝에서 호루라기를 불면서 뛰어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건 다름아닌 방범 아저씨였습니다. 아니 젊은 사람들이 지금 무슨 짓들이냐고 호되게 야단을 쳤습니다. 우리들은 하는 수 없이 옷을 입고 있는데 옷이 하나가 남아 있는 것이 아니겟습니까. 아니 이것이 웬일입니까. 태정이가 한강물에 뛰어든 것입니다. 우리들은 미안하다고 하면서 방범 아저씨들과 술을 같이 마시게 되었습니다. 술자리를 같이 하면서 방범 아저씨게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도 한때는 물개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수영을 잘했단다."
"애이, 그걸 어떻게 믿어요?"
우리들이 우기자 방범 아저씨들께서는 그럼 내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우리 네 명과 방범 아저씨 둘, 합이 여섯 명이서 팬티만 입고 또 나란히 섰습니다. 참 기가 찰 노릇이지요. 비록 밤이지만 한강 고수부지에 나온 사람들이 한마디식 거들었습니다.
"저것들이 미친 것 아냐?"
너도 나도 할 것도 없이 떠들었습니다. 우리 여섯 명은 셋과 동시에 한강물에 뛰어들었습니다. 한참을 놀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것이 웬 조화입니까. 둑위에서 백차(경찰차) 한 대가 와서 이렇게 외치는 것입니다.
"거기 한강물을 오염시킨 인간들 0.5초내로 튀어나오지 않으면 모두다 한강물에 몸을 불려 버리겠어 (한강물에 밤새 가두겠다는 이야기)."
우리들은 잽싸게 둑 위로 올라왔습니다. 팬티 하나만입고 여섯 명이 나란히 섰습니다."
"당신네들 죽을려고 작정을 했어? 술먹고 어딜 들어가. 지금 올림픽이 한창 열리고 있는데..."
경찰 아저씨는 우리 여섯명을 '주욱' 훑어보며 언성을 높여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런데 경찰 아저씨의 시선이 방범 아저씨들 앞에서 머뭇거리는 겁니다.
"당신네 둘. 어디서 많이 본것 같은데... 나 혹시 몰라."
이 말에 방범 아저시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경찰 아저씨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한참을 생각하더군요. 그러더니 백차로 다가가서 가려고 하다 다시 우리를 향해 돌아서서 말했습니다.
"당신 둘 팬티 입은 채 차에 타."
그 경찰 아저씨가 결국 방범 아저씨들을 생각해낸 것 같았습니다. 우리들은 아직까지 방범 아저씨들의 소식이 궁금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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