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 기도 시
마지막 기도
-요산 김정한 선생님 고별식에서
기도하는 이에게
항상 산이 되어 오시는 생명의 주님
산이 좋아
그 이름도 산이라 하고
한평생 고고한 지혜의 산으로 살다
이제 마침내
깊고 그윽한 산이 되어
여기 누으신 분
요산, 요셉 선생님을
흠도 티도 없는 당신의 그 나라에
받아 주십시오
낙엽 타는 향기 속에 저무는 11월
그분이 이승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
함께 괴로워하셨던 주님
임종의 머리맡에서 함께 기도하던 저희에게
소리의 언어 대신 침묵의 눈물로
마지막 작별을 고하던 고인의
미처 쏟아내지 못한 눈물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사무치는 회한도 받아 주십시오
이별의 슬픔 속에
할말을 잃은 이들에게
끝없는 강이 되어 오시는 구원의 주님
길고 긴 낙동강을 고향의 벗으로
한평생을 정의의 강이 되어 살았기에
그만큼 괴로움도 길었던 당신의 사람
거룩한 의인 성요셉처럼
어떤 시련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믿음과 인내와 용기로
의연하고 꿋꿋하게
진리와 평화의 길을 끝까지 걸어간
이 시대의 의인, 요셉 선생님을
아름다운 하늘나라에 받아주십시오
어둠이 없는 빛의 나라
미움이 없는 사랑의 나라
절망이 없는 희망의 나라에서
편히 쉬게 하여 주십시오
지상에 두고 가는 가족, 친지들과
더 깊이 결합하여 함께 머무는
환한 빛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진정 당신이 계시기에 죽음이 끝이 아님을
오늘 더욱 새롭게 알아들으며
별처럼 빛나던 당신의 사람
저희의 가장 소중했던 한 분을
이제 영원히 당신께 봉헌합니다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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