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 기도 시
성모 성월에
싱그러운 5월의 숲에 계신 푸른 어머니
저희는 오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목마른 나무들이 되어
당신 앞에 서 있습니다.
일상의 삶 안에서
크고 작은 근심으로 초췌해진 당신 자녀들을
그윽한 사랑의 눈길로 굽어 보시는 어머니
나무속을 흐르는 수액처럼
저희의 삶 속에 녹아 흐르는 은총의 시간들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을 고마워하며
5월엔 고향에 돌아온 듯
어머니의 이름을 부릅니다.
어둡고 불안한 시대를 살아갈수록
어머니의 하늘빛 평화를 갈구하는
이 땅의 자녀들에게
항상 집이 되어 주시는 거룩한 어머니
어머니를 부르면 어느새
저희의 기쁨은 꽃이 되고
슬픔은 잎새가 되고
기도는 향기가 되어 하늘로 오릅니다.
만남의 길 위에서
가장 사랑해야 할 가족들과도
더 깊이 하나 되지 못하고
늘 바쁜 것을 핑계로
더 깊이 깨어 살지 못했던
저희의 게으름과 불충실을 용서하십시오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저희의 오만과 편견으로 그들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었음을 용서하십시오
죄를 짓고도 울 줄 모르는
저희의 무딘 마음을
은혜로운 눈물로 적셔 주시는 어머니
저희의 끝없는 욕망과 이기심의 돌덩이들을
진실한 참회의 기도로 깨뜨려
생명의 샘이 솟아나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십시오
항상 저희를 예수의 길로 인도해 주십시오
첫걸음을 잘못 떼어 방황하지 않도록
선과 진리의 길이 외롭고 괴롭더라도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저희의 손을 잡아 주십시오
마음의 창에 때처럼 끼여 있는 미움들은
깨끗이 닦아내고
용서와 화해만이 승리하는 사랑의 항해를
길이신 예수와 함께 시작하게 해주십시오
늘 성급하게 살아와서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던 저희가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인내를 배우는
기다림의 촛불로 타오르고 싶습니다.
늘 믿음이 부족해서
쉽게 절망했던 저희가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삶의 기쁨을 노래하는
희망과 감사의 촛불로 타오르고 싶습니다.
숲과 호수에 출렁이는 은총의 햇빛처럼
어머니와 저희가 하나되는 이 오월엔
지혜의 푸른 불꽃을 가슴에 지닌
한 그루 기도나무가 되겠습니다.
썩지 않은 겸손의 소금으로
고통도 하얗게 녹여 버리는
멀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길을
저희도 어머니와 함께 끝까지 걷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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