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어린 왕자를 생각하며 - 생텍쥐페리에게
날마다
해질녘이면
"나는 외롭다"고 칭얼대는
어린 왕자의 쓸쓸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별이 뜨면
가장 아름다운 어린 왕자 얘기를
우리에게 남겨 놓고
어느 날 마흔네 살의 나이에 하늘나라로 사라진
별 아저씨, 당신을 기억합니다.
<어린 왕자>에서 이야기하는
마음으로 보는 법을
길들이는 법을
날마다 새롭게 깨우치며
우리는 이제 모든 만남에서
설레임의 별을 안고 삽니다.
올해는 아저씨의 `탄생 94주년`
비행기 타고 간 하늘길에서의 `실종 50주년`
각종 기념행사와 추모미사가
프랑스에서 열린다는데
신문은 당신을 `사라진 어린 왕자`로
대서특필하였습니다.
<어린 왕자>를 읽은 모든 사람들은
의좋은 형제 자매가 되어
만난 일도 없는 당신을
따뜻한 마음으로 그리워합니다.
`수녀님, 어린 왕자의 촌수로 따지면
우리는 친구입니다.`
한국의 번역판 머리글을
눈물나도록 아름답게 쓴 ㅂ스님이
어느 날 제게 써 보냈던 이 말은
항상 반쩍이는 별로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잠시 다니러 온 지구 여행을 마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멋있게 작별할 줄 알았던
어린 왕자의 그 순결한 영혼과
책임성 있는 결단력을 사랑합니다.
사라져도 슬프지 않은
별이 되기 위해서도
우리는 오늘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사랑으로 길들이며
사랑 속에 사라야겠지요?
우리에게 <어린 왕자>를 낳아 주고
홀연히 하늘 저쪽으로 사라져 갔던
별 아저씨,
눈이 푸른 아저씨, 고맙습니다.
이제 보니 당신은 죽은 게 아니군요.
어린 왕자를 닮고 싶은
우리의 영혼 속에
당신은 별 아저씨로 새롭게 태어나
속삭이는군요.
"아주 간단한 거야.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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