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흰구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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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성을 내는 것은 늘 이유가 있음을 정당화시키고 남이 자기에게 성을 내는 것은 사소한 부분이라도 못 견디며 억울해 하는 경향이 있다. 어디까지나 자기중심적일 때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온유해지기는커녕 그 반대가 되어가는 모습을 나 자신에게서도 본다. 오늘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표현. `신경질 난다`는 말을 혼자말로 여러 번 하며 나 스스로 놀랐다. 갈수록 인내심도 없고 너그러움보다는 옹졸함이, 이타심보다는 이기심이 더 크게 자리를 잡아 가니 큰일이다. 아무리 상황이 안 좋더라도 결코 막말을 해서는 안되는데... 용서, 관용, 인내, 이런 것들이 나이들수록 더욱 어려워진다면 나는 분명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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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경험한 작은 사랑이 세상에 나가 큰 사랑으로 넓어지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것이 결국은 '내 사랑의 완성이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는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던 양귀자님의 소설 <천년의 사랑>을 여행중에 읽었다. 소설가들의 상상력은 항상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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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안동으로 기차를 타고 가는 길이 매우 아름다웠다. 세상 다른 곳에도 빼어난 아름다움이 많이 있을테지만 - 아주 작아도 구석구석 우리 나라 고유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넘치는 곳을 여행할 때마다 새롭게 느끼며 우리 나라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해외에 다녀온 이들이 가끔 "한국보다는 외국이 더 살기 편하다" "고국에 잔뜩 기대를 하고 왔는데 볼 것이 없다."고 가볍게 말할 때는 "그래요." 하면서도 매우 서운한 마음이 들곤 했다. 특별히 애국자가 아니더라도 내가 태어난 모국을 끔찍이 위하고 사랑하는 것이 도리다. 그래서 그의 단점과 허물을 남의 탓을 하며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그 구성원인 우리 각자가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외국어보다 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것 역시 애국이 아닐까? 젊은이들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국어 맞춤범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틀린 것을 보면 안타깝다. `우리 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로 시작하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읽어야 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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