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2 - 정채봉, 류시화 엮음
1. 평범한 행복 2
서울 나들이 - 복원규
급한 볼일로 서울에 가려고 고속버스 터미널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오전 버스가 모두 매진되고 없었다. 난감하게 서 있는데 버스 운전사가 소리쳤다.
"서울 가실 분 한 분만 올라오세요." 승객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다행히 행운은 나에게 돌아왔다. 그러나 막상 내 좌석을 찾은 나는 실망하고 말았다. 함께 앉고 싶지 않은 초라한 모습의 거지 부자가 바로 옆 좌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 퉁명스레 말했다.
"여기는 내 좌석입니다. 꼬마를 안아 주시지요."
"네, 죄송합니다. 태훈아, 이리 온."
나는 13번 손님이 표를 반환하고 내린 이유에 수긍이 가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곳에 앉아 우울한 여행을 해야만 했다. 금방 악취가 코를 찔렀다. 나는 몸을 등지고 자는 체했다. 그동안 꼬마는 사뭇 내게 몸을 밀착시키곤 재잘거렸다. 나는 운이 없음을 탓하면서 눈을 감았다. 얼마를 달렸을까. 나는 자신도 모르게 부자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빠 저게 뭐야?"
"응, 저건..."
쉴새없이 물어대는 아들의 갖가지 질문 공세에 남자는 침착하면서도 성의 있는 답변을 들려주고 있었다. 마침 바로 앞 좌석에서 다른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응석을 부리는 것을 본 꼬마가 돌연 물었다.
"아빠, 난 엄마가 없어?"
"그래. 엄마만 살아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겠니? 네 엄마는..."
아들의 질문이 충격적이었는지 남자는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이윽고 그는 참담했던 지난날을 쉽고도 자상하게 아들에게 들려주는 것이었다. 오늘이 바로 꼬마의 생일날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고속버스를 태워 서울 구경이라도 시켜 주려고 남자는 아들을 데리고 나왔던 것이다. 순간, 난 그를 더 아프게 한 것 같아 자신을 나무라면서 그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그리곤 꼬마를 덥석 안아 내 무릎 위에 앉혔다. 이때만큼 흐뭇한 마음으로 여행을 한 기억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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