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1 - 정채봉, 류시화 엮음
3 시련을 딛고
행복한 여인 - 김영숙
"행복해야 해."
이 말밖에는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친구는 대기실에서 울고 있었다. 지나 온 설움에 북받쳐서인지 앞날의 축복에 격려해서인지 친구는 눈물을 글썽였다. 아버지를 대신한 이모부의 손에 이끌려 그녀는 식장으로 들어왔다. 그녀를 아는 많은 사원들과 친척들의 한없는 축복이 그들의 눈에 담겨 있었다. 그녀는 웨딩 마치에 맞춰 사뿐사뿐 걸어 들어왔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나비처럼 보였다. 촛불은 소리 없이 타올랐다. 가여운 친구, 난 그만 주례사를 끝까지 듣지 못하고 나와 버렸다. 입춘이 훨씬 지났어도 콧등이 시큰거리도록 쌀쌀했다.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간직한 수많은 사람들--그들을 헤치며 울렁이는 마음을 안고 그냥 걸었다. 그녀의 지난날이 생각났다.
그녀를 안 지는 함께 근무하던 3년 전부터였다. 우리는 같은 또래라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녀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었고 폐암으로 고생하시던 어머니와도 영영 헤어지게 되었다. 거기다 하나 있는 오빠도 몇 년째 소식이 없다. 그래서 의지할 이모를 따라 직장도 옮기게 된 사실을 알고 나서는 늘 그녀가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오랜 남자 친구가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다 화상을 입었다. 머리의 절반이 화상을 입었고 두 눈이 멀었는데 생명만은 겨우 구했단다. 그래도 그것은 이미 자신의 일생에 짜여진 피할 수 없는 슬픔이라며 그녀는 그와의 결혼을 극구 주장하는 것이었다. 나는 한사코 말렸다. 결혼은 동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녀를 달랬지만 뜻을 굽힐 그녀가 아니었다. 슬픔을 결코 피하려고 하지 않고 주어진 대로 살려는 친구, 아픈 나날을 밟고 왔기에 아픔을 채 느끼지도 못하는 가여운 친구.
신작로를 한참이나 걸었다. 갑자기 경적이 울렸다. 돌아보니 신혼길에 오른 그녀가 탄 차였다. 그녀는 환희 웃었다. 그녀의 눈엔 터질 듯한 기쁨이 어려 있었다. 머뭇 손을 들며 나도 따라 웃었다. 사라지는 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엔 그녀에 대한 불안보다 믿음이 생겼다.
'너는 행복할 거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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