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1 - 정채봉, 류시화 엮음
2. 평범한 행복
용기와 단념 - 박찬순
완전한 소유는 오직 줌으로써 가능하다. 당신이 주지 못하는 것은 결국 당신을 소유해 버린다. - 앙드레 지드
아름답고 싶은 의지로 아름답게 되어 가는 여자, 지혜롭고 싶은 의지로 하루하루 자신의 교양을 닦아 가는 여자, 그래서 세련됨을 간직하는 여자, 내가 아는 여성 중에 K여사가 그런 분이다. K여사는 늘 자기의 소망을 이야기했는데, 그것은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할 만한 일을 발견하는 것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그녀는 이 두 가지 소망을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거부하지 않을 만큼 열정적이었다.
그녀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직장에 들어갔는데, 남자 동료들이 놀랄 만큼 자기 일에 충실했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직장이 그렇듯이, 그녀도 여성으로서 여러 가지 한계에 부딪혔지만 결코 거기서 물러나지 않았다. 두 번째 소망,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소망이 이루어졌을 때, 그녀는 또 자기의 개성과 인격을 여기에 다 바쳤다. 부모의 빗발치는 반대도 무릅쓰고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단칸방에 살림을 차린다는 소식이었다.
상식의 기분으로 보면 참으로 영리하지 못한 일을 한 셈이었다. 3류 예식장에서 하객도 별로 없는 쓸쓸한 결혼식, 그러나 그런 결혼식이었기에 그녀는 더욱 돋보이고, 강인한 용기의 화신처럼 보였을 것이다. 벌써 그녀의 나이 마흔이 넘었다. 이 세상에선 훌륭하다는 것이 결코 보상받을 만한 일은 아닌 것인지, 그녀의 남편은 그동안 아내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자식까지 있는 형편에 이혼이란 말을 꺼내게끔 되었다.
이때 보여 준 그녀의 용단, 이것이야말로 그녀다운 것이었다. 그녀는 깨끗이 단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미 사랑은 자기한테서 멀리 달아나고 있는데 붙잡아 두는 것은 너무나 부질없고 비굴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화방송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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