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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실수한 일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완벽주의자인 양 가장했지만 사람이 어찌 실수 없이 살 수 있을까. 그것은 아주 오래 전, 지금부터 20년도 훨씬 전의 일일 것이다.
나는 공주교육대학교 부속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 대학 윤리과 교수 가운데 K교수님이 있었다. 매우 예의가 바르고 조신하신 성격에 사람을 대함에 있어 소홀함이 없는 분이었다. 길거리나 캠퍼스 안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고개를 깊이 숙이는 것으로 이름이 나 있었다. 저만큼 K교수님의 모습이 보이면 이쪽에서 지레 정신을 차리고 짐짓 자세를 가다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어쩌면 공주 시내 은행에서 볼일을 마치고 은행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을 때의 일일 것이다. 은행 앞길에서 그 K교수님과 딱 마주쳤다. 나는 보통 때처럼 K교수님 앞으로 다가가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그때 머리에서 불이 번쩍 튀도록 자극이 왔다. '딱!' K교수님의 이마와 내 이마가 정면으로 부딪힌 것이다. 그와 내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머리를 깊숙이 숙인 것이 화근이었다. 이럴 수가! 나는 얼얼한 머리를 들어 올리며 K교수님에게 사과를 해야만 했다. “제가 너무 고개를 많이 숙여서 죄송합니다.” 그건 사과의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생뚱맞고 궁색한 변명이었다. 그날 어떻게 K교수님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는지는 기억에 없다. 나나 K교수님이나 무슨 커다란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들처럼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으니까 말이다. 그 뒤부터 우리 두 사람은 길거리나 대학 캠퍼스 안에 서 만나더라도 멀리서부터 피하여 다른 길로 돌아가는 사이가 되었다.
'지나친 공손은 오히려 예의에 벗어난다(過恭非禮)'는 옛말이 있다. 결국 그 일이 약이 되었다. 나는 인사할 때에 지나치게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상대방이 고개를 숙이는 방향을 살피면서 고개를 숙이는 조심성까지 배웠다.
나태주 님 | 시인·공주문화원장
-《행복한동행》201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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