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 가슴 찡한 이야기 - 황지니
월계관을 선생님께
무선전신을 발명한 마르코니(Marconi, Guglielmo, 1874~1937)에게는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실화가 전해져 옵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 태어난 마르코니는 어려서부터 기계를 만지고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하는 일을 즐겼습니다. 그래서 그가 열두살 때에 벌써 유명한 과학자인 어거스트 리기 교수의 지도를 받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마르코니가 리기 교수의 실험실에 들어가 보니 책상 위에 이상한 기계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는 호기심이 일어 그 기계를 유심히 살피고 있는데 리기 교수가 들어와 이 광경을 보고 말했습니다.
"마르코니, 재미있는 것을 보여 주지."
리기 교수가 이렇게 말하며 기계의 스위치를 돌리자 찌직하는 소리를 내며 전기의 불꽃이 두 개의 진공관 사이를 달려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과학자 헬쯔가 발견한 전파야. 전기가 공중을 뛰는 원리지."
리기 교수의 설명을 들은 마르코니는 전파의 원리에 대한 놀라움으로 인해서 심장이 빠르게 고동치는 것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그렇다! 지금까지의 전신은 쇠줄로 보내는 것인데, 전파라는 것이 공중을 뛰는 원리라면 쇠줄 없이도 전신을 보낼 수 있지 않은가?' 그는 이러한 생각을 리기 교수에게 말했습니다. 리기 교수는 어린 제자의 생각에 다소 놀랐고 대견스러워했으나 유선 전신이 발명된지도 겨우 30 년이 되고, 전화도 최근에야 발명된 사실을 들어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러나 리기 교수는 어린 제자의 착상 자체에 격려를 보냈습니다.
"마르코니, 그것 참 대단한 착상이구나. 그래, 너는 꼭 그 생각을 실현해 보아라. 그러한 발명이야말로 네가 평생을 두고 연구해도 아까울 것 없는 사안이야."
리기 교수의 격려에 힘입은 마르코니는 무선 전신의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 년, 이 년이 지나고 연구에는 진척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주위사람들, 많은 과학자들까지도 '쇠줄이 없이 통신이 된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그야말로 어린애 같은 꿈이다.' 라며 비웃었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가엾게도 저 애는 전기 때문에 미쳤어.'라고 말하며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그러나 리기 교수만은 마르코니의 성공을 믿고 늘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십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마르코니는 간신히 조그만 무선 전신기 하나를 만드는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의 어느 날, 밤이 으슥한 무렵에 마르코니는 넓은 들판에서 십 년의 외로운 싸움 끝에 만들어진 기계의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몇 차례 시도를 했건만 발신기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실패! 십 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입니다. 그는 말할 수 없는 허탈감에 그대로 무너지듯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때 문득 들판 저 멀리 정적을 깨는 희미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어느새 마르코니 곁에서 멎었습니다. 그는 다름 아니라 리기 교수였습니다. 선생은 말에서 뛰어내리기가 무섭게 마르코니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됐나? 오늘 밤 자네의 실험이 궁금해서 이렇게 달려왔네."
그리고 리기 교수는 다시 한 번 실험할 것을 제의했습니다. 그래서 깊은 밤중에 사제는 한마음으로 실험에 열중하게 되었습니다.
"자, 준비는 다 되었지?"
선생이 수신기 가까이에 서자 마르코니는 떨리는 손으로 발신기의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찌찌' 하는 소리가 수신기에 들려왔습니다.
"성공! 성공! 마르코니, 대성공이다." 선생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선생님!"
너무도 감격한 나머지 마르코니는 선생의 두 손을 잡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정말 대견스럽구나. 마르코니야, 정말......"
리기 교수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만 힘없이 땅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제자의 실험을 보려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달려오느라 병을 얻고 만 것입니다. 마르코니는 선생을 말에 태우고 돌아왔습니다. 신열이 대단했습니다. 얼마 후 기운을 회복한 선생은 마르코니를 대견스러운 듯 바라보며 거듭 말했습니다. "정말 장하구나. 성공이야." 그로부터 2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몇 마일을 두고서 전신 없이도 송수신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그 후 영국에 건너가 빅토리아 여왕과 황태자가 탄 요트에 기계를 놓고 실험할 때였습니다 황태자가 요트 위에서 급병이 났다는 사실을 무선 전신으로 해안에 통지하여 무사한 일로 말미암아 영국 정부는 특별히 마르코니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에 힘을 입은 마르코니는 1899 년에 영국에서 도보 해협까지, 1901 년에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까지 통신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전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때 마르코니의 나이는 불과 27세에 불과했습니다. 이탈리아로 마르코니가 귀국할 때에는 그야말로 개선장군과도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열렬한 환호와 사랑을 그에게 보냈습니다. 마르코니는 시장의 안내로 군중 앞의 연단에 섰습니다. 그는 여전히 겸손한 태도로 조용히 환영에 대한 답사를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한 소녀가 그에게 월계관을 내밀었을 때 관중들은 떠나갈 듯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마르코니는 뒤에 자리잡고 있던 유명인사들 가운데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한 노신사 앞으로 월계관을 내밀면서 말했습니다.
"리기 선생님, 이 월계관을 받으십시오. 이것은 선생님의 것입니다."
리기 선생은 한사코 그것을 받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선생님, 이 월계관을 선생님께서 받으셔야 합니다. 선생님의 뒷받침이 없었던들 오늘날 저의 영광이 어떻게 이루어 졌겠습니까? 받아 주십시오."
마르코니는 애원 반, 강제 반으로 월계관을 쓴 리기 선생에게 정중히 절을 했고 리기 선생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쏟아져내렸습니다. 수많은 군중들의 박수 소리에 묻힌 두 사람의 얼굴 위에는 조국, 이탈리아의 따스한 햇살이 쉼없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 마르코니(Marcony, Gugliemo, 1874~1937)
이탈리아의 전기 기술자, 발명가이자 후작으로 불로나에서 출생. 1865 년 헬츠의 전자파에 기초하여 실험을 거듭하여 무선 전신 장치를 발명했으며 이밖에도 광석 검파기. 수평 공중선 전파 등을 발명했다. 1909 년 브라운과 함께 노벨상을 수상하고 파리 평화 회의의 이탈리아 전권 대표가 되었다.
지연시키지 말라. 그것은 준비되어 있는 자에게는 언제나 치명적이다. Away with delay; It is always fatal to those who are prepared. (루카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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