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 사람들 사이에 피어나는 작은 들꽃들
아저씨의 빵집은 수리중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어귀에 어느 날 조그만 빵집이 새로 생겼습니다 그 앞을 지나노라면 고소한 빵 굽는 냄새가 입안 가득 군침을 돌게 했습니다. 진열장엔 여러 가지 종류의 빵들로 가득했습니다.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초콜릿빵, 길고 재미있게 생긴 막대 빵, 그리고 얼기설기 얽힌 곰보빵까지...... 동네 꼬마들은 유리창에 다닥다닥 붙어 빵의 개수를 헤아리기도 했습니다. 퇴근 길에 빵집에 들러 빵들을 구경하며 빵을 고르는 것에 어느 새 재미를 붙였습니다. 어린 동생들도 늘 저녁 시간 무렵이면 나를 기다렸습니다.그 빵집은 곧 동네에서 인기 최고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 녀석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크림빵을 마다하는 것이었습니다.
"누나, 나 이 빵 안먹어. 이 빵 만드는 아저씨 얼굴이 이상하대."
느닷없는 동생의 말에 영문을 몰랐습니다. 동생은 그 빵집 주인 아저씨의 얼굴이 괴물같기 때문에 빵을 안먹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소문은 온 동네에 퍼졌고 그 빵집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집에서 고소한 빵을 맛있게 사 먹었습니다.
"얼굴이 무슨 상관이람, 맛만 좋으면 됐지."
그리고 동생들을 꾸짖었습니다. 사람은 얼굴이 아니라 마음씨와 솜씨로 봐야 한다고 말입니다. 다음날 어김없이 빵집에 들렀습니다.
"아주머니 안 계세요?" 나는 등을 보이고 서 있는 한 남자에게 물었습니다. "예 잠깐 나가셨습니다.." 머뭇거리듯 말하는 그 남자의 얼굴은 화상으로 온통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이런, 이 아저씨가 주인인가봐!' 몹시 당황한 나는 그냥 빵집문을 나섰습니다 나도 차츰 빵집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동생들 보기가 민망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교회를 다녀오다 보니 그 빵집은 문이 닫힌 채 '수리중'이라고 쓰여진 작은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수리중?' 뭘 수리한다는 말인가. 아저씨 얼굴을 수리중인 걸까? 그런데 정말 수리할 것은 우리 마음이 아닐까? 그날 이후 나는 그 빵집의 빵을 더 이상 맛보지 못했습니다.
박진구 님/경기도 부천시 삼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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