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 사람들 사이에 피어나는 작은 들꽃들
보리암에서 되돌아온 지갑
한 삼년 전의 일입니다. 그 해 여름이 끝날 즈음, 저와 몇몇 친구들은 남해로 야유해를 떠났습니다. 출발할 때 하늘이 조금 흐렸엇는데 목적지에 가까워질 무렵에는 한두 방울 빗방울을 흩뿌리더니 남해에 도착했을 때는 제법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날아갈 듯 즐겁기만 하였습니다. 우리는 젊은 혈기에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고 결론 짓고 경치가 좋다는 보리암이라는 절에 가기로 하였습니다. 빗속을 뚫고 산에 오른 우리는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 절에 도착하였습니다. 우리는 오들오들 떨며 절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엔 우리처럼 비를 맞고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곳엔 조그마하고 깊숙한 동굴들이 많았는데 모두 정성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사진을 찍고 약수도 한 무금 들이키고 나서야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차에 도착해서 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제 지갑이 없어진 것이었습니다. 비 때문에 우왕좌왕하다가 어디엔가 떨어뜨린 것이 분명했습니다. 기분이 몹시 언짢았지만 모처럼 온 여행이니 즐겁게 놀다 왔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후, 저를 찾는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그 사람은 며칠전 보리암에 갔던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제 지갑을 주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소포로 지갑을 부쳐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뒤에 정말로 소포하나가 배달되었습니다. 마치 귀한 것이라도 들어 있는 듯 깨끗이 싸여 있는 포장을 풀어 보니 그 속엔 지갑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를 맞아 엉망이 되었을 지갑을 얼마나 닦았는지 반들반블 윤이 나고 있었습니다. 지갑을 손에 쥔 나는 이름도 모르는 그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성득 님/경남 통영시 봉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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