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전교회장 수원이
새 학기가 시작되어 처음 수원이를 보았을 때, 그 친구는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그의 못난 얼굴을 친절하고 믿음직스러운 인상으로 바꿔 놓았다는 것은 훨씬 나중에야 알았다. 수원이에게는 말하는 도중 자꾸만 입맛을 쩝쩝 다시는 습관이 있었다. 어느 날 선생님은 종업식 날에 떡 파티를 하겠다고 말씀하시면서 수원이가 짝궁과 얘기하는 모습을 보시고 "저 녀석은 벌써 입맛을 다신다." 며 면박을 주셔서 우리 모두는 배를 움켜쥐며 웃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원이는 말할 때 유난히 침이 많이 튀는 것을 방지하려고 자주 입맛을 다시다 그리 되었다고 한다. 가을 소풍 때였다. 선생님께서 "사진 찍을때는 입을 벌리고 크게 웃어라"고 하셨다. 그런데 나중에 나온 사진을 보니 수원이 혼자만 입을 크게 볼리고 웃고 있는 것이었다. 입 안에 먼지 들어가겠다고 놀리자 수원인 그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그의 웃음이 인기를 끌었던지 수원이는 그 해 전교회장에 당선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내 오락실 앞에서 우연히 수원이를 만났는데 두명의 친구가 수원이의 두 팔을 잡아 당기고 있었고 수원이는 얼굴이 붉어져서는 낑낑대며 버티고 있었다. 뛰어가 무슨 일인가 물었더니 수원이는 도움을 청하듯 말했다. "나는 전교 회장이다. 내가 오락실에 가면 전교생이 다 간단 말이다. 제발 뇌 줘!" 하는 수 없이 나는 수원이의 허리를 붙잡아 못 가게 도와 줄 수밖에 없었다. 졸업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수원이가 전화를 해왔다. 그는 자못 진지한 말투로 고민을 털어 놓았다. "나 요즘 감정이 너무 메말라 걱정이다. 졸업식 땐 꼭 눈물을 흘려야 할 텐데....." 그의 소박한 소망을 듣는 순간 졸업식 날 그의 모습을 금방 상상할 수 있었다. 너무 울어 퉁퉁 붉어진 눈을 한 그를......
김효열 님/부산시 부산진구 부암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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